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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와 바람과 햇살이 빨래를 해 주었다_200915_el quince de septiembre el martes_пятнадцать вторник

지난 5월 말 모내기 때 이발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por que corona 차일피일 미루다가 긴 alto 머리가 얼굴을 더 작게 보이는 즐거움이 있어서 계속 기르다가 105일 만에 드디어 이발을 했다. 작은 이발관은 순백의 가냘프고 건강한 이발사가 여전히 지키고 있다.

 

뉴스공장을 들으며 논으로 갔다 voy. 친구가 amigo 걷어 두고 간 부직포를 걷을까 하다가 아직도 풀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그냥 두기로 했다. 애써 걷어 놓은 게 다시 흙 속에 묻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느라 슬쩍 들어봤더니 잘 말라서 가볍게 들렸다. 비와 햇살과 바람이 부직포를 잘 빨아 주었다.  10월 초까지는 그대로 두자.

 

미처 걷지 못했던 나머지 부직포를 걷어 나갔다. 핀을 뽑고 부직포를 뒤집어서 논둑에 펴 놓았다. 진흙과 풀뿌리에 묻혀있던 부직포들은 무겁다. 폭 30cm의 부실해 보이는 부직포들이 작업하기 좋았다. 부실하지만 논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잡고 있었으니 말할 나위 없이 좋다. 한 시간 가까이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부직포가 남았다. 비와 바람과 햇살에 lluevo, viento y sol 모든 것들을 털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핀을 흐르는 개천물에 씻어서 마음이에 실어놓고 예초기를 돌려 메벼논의 일부에 아직도 남아있는 풀들을 제거했다. 지루한 노동의 반복이다. 끝을 내지 못하고 미뤄놓은 일이라 지친다. 무리를 하더라도 일을 끝내는 것이 좋은지 이렇게 한가할 때, 다소 지루하고 피곤하게 느껴지지만 여유있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30분 정도만에 끝내고 다시 개울가에다 예초기를 내려 놓았다.

 

이번에는 메벼논의 동쪽 끝의 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 물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발이 푹푹 빠지고 거칠어진 풀들이 벼포기를 잡고 있다. 불가피하게 벼 모가지를 부러 뜨리면 작업을 해야 한다. 풀 한 포기를 안 뽑으면 벼 한 포기가 계속해서 익어갈 수 있다. 어차피 풀은 내년에도 또 날 것이다. 논이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풀이 너무 크면 씨앗을 뿌리고 쓰러지면서 벼포기를 바닥에 쓰러 뜨린다. 지금 당장 벼 포기 하나가 아깝기는 하지만 한 달 후의 일을 생각해서 지금 작업해야 한다.

 

어디까지 작업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11시가 가까워 오기에 바로 논에서 빠져 나왔다. 어차피 오늘 일을 끝낼 수는 없다. 진흙으로 더렵혀진 장화와 장갑을 개울물에 씻고, 예초기를 내려 씼어다. 마음이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음성에 다녀왔다.

 

5시가 넘어서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시멘트 한 포를 물에 개어 가마솥 부뚜막의 뒷쪽을 정리했다. 한 포를 다 썼는데도 충분한 두께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 포를 더 사서 부뚜막 양쪽을 마무리해야겠다. 한 포 한 포 사서 일하지 않으면 시멘트가 굳어서 망가질 위험이 있다.

 

하우스에 엄청나게 자란 풀을 베어 수레에 실어 벚나무 뒤에 뿌려 놓았다. 부지런한 농부라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지만 항상 노는 것이 우선 순위다 보니 이런 일이 사방에 있다. 리스트를 뽑으면 종이 몇 장을 금방 채울 것이다. 목요일 오후에는 고구마순과 깻잎을 따고, 애플민트도 따 가지고 가서 술이나 차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금방 7시가 넘었다.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이 먼 매향리에도 있다. 미군 사격 훈련장 때문에 설치한 모양이다. 바람이 시원해서 두 시간 걷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