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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쓰러져도 뿌리를 내리는 여뀌_200910_el diez de septiembre el jueves_десять Четверг

8시부터 나가서 어제 힘들어서 내리지 못한 모터를 내려서 세척을 해서 보일러실에 넣어 두었다. 원래 이곳에 두면 안 된다. 하우스 창고에 선반을 마련해서 정리해 두어야 한다. 모터에는 두 개의 뚜껑이 있는데, 위쪽 뚜껑은 자주 사용해서 녹이 슬지 않는데, 아래쪽 뚜껑은 1년에 단 한 번 즉 오늘 물을 완전히 빼기 위해 사용한다. 맨손으로는 열 수가 없어서 펜치를 이용해 열었다.

 

논에서 물을 완전히 뺐다고 생각했는데, 아래 뚜껑을 열자 제법 많은 양의 물이 나온다. 총 네 개의 뚜껑 모두에 기름칠을 해서 막아 두었다. 생각 같아서는 내부에 물을 넣어 녹도 좀 제거하고 싶었는데. 내년에는 철거하기 전에 모터를 돌려서 깨끗한 물로 세척을 한 다음에 보관해야겠다. 오리 망은 세척하지 못하고 그냥 외부에 보관해 두었다.

 

허수아비를 묶어둘 철근을 싣기 위해 밭둑으로 갔다. 퇴비와 부직포, 철근들의 보관 장소가 뒤죽박죽인 데다가 풀까지 주변을 덮고 있어서 이곳도 반나절의 정리 시간이 필요하다. 2주 내에 정리를 해야겠다. 포천에서 가져온 고추 말목은 전부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 

 

논으로 가서 총 4개의 허수아비를 설치했다. 비 온 뒤의 논둑이라 철근이 쑥쑥 들어간다. 철근 기둥이 약하니 끈을 당겨서 묶을 수도 없다. 허수아비가 땅에 끌리며 출렁인다. 이런 식으로 설치해도 바람을 견디며 서 있을 수 있을까. 허수아비를 설치하고 나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메벼 논의 풀을 뽑으러 들어갔다. 제일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하나마나한 탐색이었다. 어차피 오늘 다 할 수 없는데도 마치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작은 새끼 우렁이들이 논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다. 확신할 수는 없다. 우렁이어도 겨울을 넘기지는 못할 것이다.

 

논에는 여뀌가 많다. 여뀌는 옆으로 쓰러져도 새로운 뿌리가 생겨서 거의 죽지 않는다. 향기로운 도깨비풀(가막살이 또는 한련초? 이름을 모르겠다) 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이리저리 방황을 하며 풀을 뽑다가 11시가 되었다는 라디오 소리에 한쪽 방향으로만 작업을 하여 논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참깨를 씻고 계셨다. 알이 통통 하지를 못해서 검불과 잘 분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참깨 농사가 쉽지 않다. 기름을 짤 수 있을까.

 

샤워를 하고 논둑에 매달 크레졸을 사러 나간다는 핑계로, 간신히 12시 전에 스크린 골프장에 도착해서 한 게임. 5천 원 할인받았다. 무안 cc 81. 멀리건 5개를 모두 사용하고 얻은 최고의 스코어다. 채가 돌아갈 수 있도록 어드레스에서 충분히 앉아 줬어야 하는데, 그 단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헤르메스를 타고 부천을 갈 계획이었는데, 포기하고 마음이를 끌고 가기로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작업이 7시가 넘어 끝나는 바람에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힘들어서다. 크레졸을 다섯 개의 농약병에 조금씩 나눠 담아서 총 6개의 크레졸 방향제를 만들었다. 농약병이 얼마나 단단하지 못과 망치를 이용하지 않으면 구멍을 뚫을 수가 없었다. 목에다 재활용 비닐끈을 묶고 나서 논으로 출발했다.

 

허수아비 옆이나 비료포대 출입구에 크레졸 통을 매달았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논에 들어가 김매기를 하면서 보니 무언가가 들어와서 벼를 살짝 쓰러 뜨리려는 시도를 한 것이 느껴진다. 논에 물이 많아서 포기하고 나갔을지도 모른다. 들쥐들도 볏짚을 엮어서 새끼를 낳을 보금자리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여뀌들은 눈에 띄지 않는 벼 포기 밑에서도 열심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창조물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있다.

 

찰벼 논으로 끌려간 몸을 빼낼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6시가 넘었다는 그리미의 전화를 받고 철수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면서 간신히 논에서 빠져나왔다. 이미 7시가 넘었다.

 

내친김에 여뀌를 검색했더니 나물, 꿀, 술 담그기로 쓰인다고 하는데,,,  : 밀원용으로 심으며 식용하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이나 향신료로 이용하고 여뀌 즙으로 만든 누룩을 여뀌누룩이라 하며 술도 빚는다. 논에서 문제잡초가 되기도 한다 - 다음백과 중에서

 

 

 

혼자 놀기 참 좋은 운동이다. 오전에는 만 원. 두 시간의 호사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