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서 es llueve 축축하니 천천히 움직였다. 어머니는 mi madre 나보다 30분 먼저 배추밭으로 가서 비료를 주고 계신다. 낫을 들고 고추대를 베러 간다. 이른 느낌인데, 병이 심하니 다들 일찍 베어내는 모양이다. 추석 때까지 고추를 딴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낫으로 하면 힘드니 예초기로 작업하라고 하신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아직도 여섯 줄이나 남았으니 예초기를 돌리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vuelvo a casa 예초기를 보니 논에서 쓴 플라스틱 끈이 다 되어 줄을 바꿔야 했다. 일단 줄 바꾸기 작업을 하고 그대로 쇠날로 교체하기가 아쉬워서 마당 잔듸밭을 정리하기로 했다. 대충하려고 했지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래도 해 놓고 났더니 마당이 훨씬 예쁘게 보인다. 시간만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리해 주고 싶다. 5월부터는 2주에 한 번씩이라도 마당 풀베기를 해야 한다. 3주는 안된다. 풀이 번성한다.
쇠날로 예초기를 바꿔 가지고 고추밭으로 갔다. 낫으로 하는 것보다 일이 쉽게 끝났다. 연장이 일을 다한다는 것이 맞다. 밭에 뽑아놓은 철근을 비롯한 고추대가 신경이 쓰인다. 언제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일을 먼저 하고 다음 일을 했어도 되었는데, 예초기를 맨 김에 한다고 도로에 자라난 풀을 베기 시작했다. 다 베고 났더니 힘이 들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역시 쉬운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도로의 풀까지 정리하고 났더니 밭도 예뻐졌다. 마늘밭 쪽에서 나를 부른다.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vuelvo a casa 점심을 먹고 쉬었다 almuerzo y descanso.
4시가 넘어서 논으로 갔다. 아직도 논둑을 다 베지 못했다. 끈예초기로 작업을 한다. 더디지만 부직포도 덜 상하고, 흙물도 덜 튀고 가벼워서 작업은 편했다. 한 시간 만에 플라스틱 끈이 끝이났다. 마당 작업을 할 때, 쇠와 벽돌 등 딱딱한 부분과 많이 접촉을 해서 빨리 닳았나 보다. 거의 1.8미터 정도 되었는데 두 시간 만에 끝난다. 잘 모르겠다.
선베드에 누워 잠시 쉬다가 쇠날로 갈아끼우고 나머지 논둑 작업을 어거지로 끝냈다. 오늘도 끝내지 못하면 일이 너무 밀려 있어서 곤란하다. 허리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보안경으로 흙물이 엄청나게 튄다. 온몸이 흙물에 젖어 버린다. 내 작업 방식이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깨끗하게 작업하고 싶은데, 참 안된다.
언제든 씻을 수 있는 물도 agua 아쉽다. 일일이 펌프를 돌렸다 멈췄다 해야 물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모터 바로 옆에 스위치를 다는 방법도 고려해야겠다. 씻고 나서 수건으로 닦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하고. 뭔가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한 시간 작업하고 깨끗이 씻고 쉬다가 다시 한 시간 작업하고 깨끗이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
바람이 참 시원하여 한 시간을 계속 작업해도 견딜만 하다. 7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몸이 가뿐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