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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손길이 닿아야 상황이 나아진다_200902 el dos de septiembre el miércoles_два Сред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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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을 일했는데 trabajo cuatro horas, 휴식은 한 번밖에 취하지 못했다 solo tengo un descanso. 비가 내리다 llueve 그치다 쏟아지다를 반복하다 보니까 온몸이 비로 젖고 비를 피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를 더럽힐 것을 각오하고 쉬어야 했다 tengo que descansar. 12시가 다 되어 일을 접었는데,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기 힘들 정도였다.

 

흑미논과 메벼논의 물을 대던 호스를 걷었다. 도랑으로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어서 호스를 닦으며 걷을 수가 있다. 3년 전 쯤에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랑물이 힘차게 흘러서 깨끗하게 호스를 세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깨끗한 물이었지만 비가 세차게 내리면서 흙탕물이 일어나 회색빛 물이 흐른다. 그러면서 나지 않던 물냄새가 올라온다. 그 물에 손과 발을 모두 담그고 흙을 씻어 내면서 호스를 개었다. 펌프를 뗄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예초기로 일부 논둑의 풀을 베었다. 풀은 정말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다. 어깨가 짓눌리고 손가락이 굽고 플라스틱 끈이 다 닳아서 없어졌는데도 베어야 할 풀은 아직도 많다. 예초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결국 논둑에 벗어 놓은 다음에 풀을 뽑으러 논가로 들어갔다.

 

분명히 논가에서 풀을 뽑았는데 어느새 몸이 논가운데로 끌려간다. 두 걸음 앞에 풀이 있고, 세 걸음 앞에 풀이 있다. 바로 옆에 풀이 있다가 네 걸음 앞에 또 풀이 있다. 이런 식으로 풀에 이끌려 논을 한 바퀴 돌았다. 제법 풀이 많이 제거되었다. 지친 몸을 씻고 있는데, 흑미논에 우뚝 허장성세의 풀이 눈에 띈다. 다음 주에 semana 또 비가 온다니 llueve 금요일에 내려와서 풀을 뽑아야 할까. 아니면 기다렸다가 오후에 다시 논으로 갔다가 부천으로 철수할까.

 

지난 금요일에 친구와 뽑아 두었던 부직포 고정핀을 정리했다. 거의 네 시간을 일했는데, 사용한 핀은 100 개가 안된다. 우렁이 상자에 담아서 비를 좀 맞도록 해 두었다. 흙이 깨끗이 씻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흙은 조금 털어지고 녹은 많이 슬지 않을까. 우연으로는 상황이 나빠지고, 좋아지려면 손길이 닿아야 한다.

 

깻잎이라도 따려고 나가는데 다시 비가 쏟아진다.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한참을 놀다가 저녁을 먹고 부천으로 철수했다.

 

바로 그제 있었던 일인데, 까마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