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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벼가 자라면 똥물을 밥으로 바꿀 수 있다_200901 el uno de septiembre el martes_вторник оди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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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5시 반에 눈이 떠졌다. 선풍기 바람에 배가 아파서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더 잘까 하다가 전자책이나 보고 있기로 했다. 9시 반부터 40분 정도 아침잠을 자야 했다. 계속되는 노동으로 너무 피곤해서 쉬려고 했지만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일하려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점심을 먹고 almuerzo y 농원으로 돌아왔다 vuelvo.

 

5시부터 일했다. 시멘트가 많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반도 남아 있지 않아서 물에 흠뻑 개어 자갈돌을 깔고 부어주었다. 비가 내리기 전에 자갈들 사이가 붙어주면 부뚜막 주변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에 타서 깨진 블록 조각들을 모아서 벚나무 주변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당장은 풀이 죽지만 내년 봄이면 la primavera 언제 그랬느냐는 듯 풀이 무성해질 것이다.

 

밭으로 온 김에 지난봄에 스프링클러를 돌리려고 설치한 호스를 철거했다. 역대 최장의 장마가 계속되는 바람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no hacer 방치되어 있었다. 고추밭에 약을 치느라 3번 편하게 사용한 것이 전부다. 호스 주변에 엄청나게 풀이 자라난 바람에 철거하기도 쉽지 않았다 es difisil. 둥글게 말아서 창고에 넣어 두었다. 창고로 가는 길에 보니 아직도 걷지 못한 호스가 하나 더 있다. 내일 mañana 걷기로 했다 voy a trabajar. 내일 할 일도 참 많다.

 

작업 중에 estoy de trabajo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국 정치는 똥물에 새물을 부어 휘젓는 격이란다. 가슴 아픈 비유다. 나도 똥물 하면 할 말이 있다. 논에 뿌리는 유박 퇴비가 논물에 녹으면 결국은 똥물이 된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을 논에 엎드려 일하고 있으면 온통 똥물을 뒤집어쓴다. 그런데, 이 즈음부터는 똥냄새가 사라지고 구수한 밥 냄새가 난다. 장맛비와 태풍으로 계속 새로운 물이 공급되고, 똥물의 진액들이 자라는 벼의 양식이 되면서 분해가 되어 4개월 만에 훌륭한 밥으로 변하는 것이다.

 

똥물 같은 정치는, 새로운 인물을 계속 붓고, 벼처럼 아름다운 생명이나 멋진 목표가 자라나게 하여, 똥물 같은 고약한 것들을 분해하면, 구수한 밥 같은 정치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는 결코 변하지 않을 똥물처럼 이것 또한 경험에 비춘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호스를 걷으며 밭을 보니 여기 저기에 풀이 무섭게 자랐다. 특히 마늘을 심으려고 비워 두었던 밭은 풀천지가 되었다. 내일 아침에 예초기를 돌리면 될까. 10월까지 아직도 두 달이나 남았기 때문에 지금 풀을 베어도 또다시 자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부직포를 덮어두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쓰다 남은 4인치 블록 6장을 두 장씩 쌓아서 의자로 쓸 수 있게 해 놓았다. 7시 반이 되자 해가 완전히 저 버렸다.

 

9월 1일 가을로 otoño 접어들었다.

 

천재가 도우러 와 주어서 부뚜막 작업도 도와주고, 일하는 광경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리 좋아도 아들은 아들의 길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