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대단한 장마비다_200803 el tres de augusto el lunes_три понедельник

마음이 불안해 봤자 마음만 불안하다. 아무 생각 없이 쉬다가 아무 생각 없이 내려왔다. 일죽에서부터 신양리, 능산리, 호산리의 일부 개천이 범람해서 논밭이 쓸려 나가 있었다. 내가 지나는 동안은 소강상태여서 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밭으로 가서 스프링클러를 통과시키는 관을 제거하고 호스를 양쪽에 갈무리해 두었다. 논으로 가서 논둑 상태를 점검하고, 찰벼 논의 도랑도 물이 넘치지 않도록 정리했다. 흑미 논으로는 지난 새벽에 물이 잠깐 넘쳤던 모양이다. 약간의 쓰레기와 나무 조각이 대여섯 포기의 벼를 덮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치웠다. 다 치우지 못했는데, 벼락이 떨어진다. 내리는 비는 시원해서 상관이 없지만 벼락은 다르다. 무서워서 일을 할 수도 없고, 타 죽을까 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아주 잠깐의 틈이 난 동안에 열심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의 김 사장 논은 둑이 터져서 5% 정도 피해를 입었다. 작년의 피해보다는 적다. 포클레인이 대기하고 있다가 배수로가 막히면 바로 퍼낼 모양이다. 이런 정도의 대비면 작년보다 심한 피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 친척들 친구들로부터 계속해서 전화가 온다. 우리 동네를 둘러싼  사방의 동네에서 수해가 나고 있어서 불안한 모양이다. 집이라는 게 묘해서 위험이 분명해지지 않는 한 떠날 수 없다. 우리 마을은 저수지 위에 있어서 큰 물이 칠 위험이 없다. 산사태는 언제라도 날 수 있지만 간격이 충분하기에 위험하지는 않다. 오며 가며 큰 물에 쓸리지만 않으면 된다. 조심 또 조심.

 

채송화가 이렇게 늦게 핀다. 그러니 언덕에 아무리 씨를 뿌려 두어도 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