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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야외 샤워실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고 샤워하는 법_논 김매기 9일차_200729 el veintinueve de julio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девять среда

야외 샤워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모기들을 불러 모은다. 알아서 다 찾아오지만. 모기들도 벌떼처럼 언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마리가 나타나면 연이어서 십여 마리가 계속해서 찾아온다. 그런 다음에 이미 겨울옷으로 든든히 무장한 내 몸에 마음대로 달라붙게 한다. 이때 놀고 있으면 시간이 아까우니, 물장화를 씻고, 장갑을 빨고, 삽이나 호미를 씻는 등 여러가지 작업후 정리할 것들을 천천히 해 나간다.

 

작업이 거의 다 마무리 되어 갈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성질 급한 모기들은 자리를 뜬다. 신포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기 때문이다. 이때가 중요하다. 나머지 서너 마리는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파리채나 전자 모기채로 한 마리 이상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러면 위협을 느낀 녀석들이 자리를 뜬다.

 

모기들이 사라진 평화로운 공간에서 이제는 옷을 다 벗는다. 아직 다 끝난게 아니다. 얼빵한 모기가 한 두 마리 다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미 무장이 해제된 내 몸을 벽에 바싹 붙이고, 물과 손으로 위협을 가한다. 얼빵해도 이 정도까지 가르치면 알아 듣는다.

 

샤워를 할 때도 벽에 바싹 붙어서 사주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몸을 닦을 때도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녀석들이 미련을 못버리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는 36육게 줄행랑이 최고다. 일단 모기가 나타난 지역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해 몸의 상반신을 빨리 닦는다. 그리고 상의만 먼저 옷을 챙겨 입는다. 모기가 나타나면 수건으로 위협한 다음 다시 장소를 샤워장 안으로 옮긴다. 재빠르게 하의를 입는다.

 

이렇게 하면 모기에 물리지 않고도 야외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즐길 수 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그냥 찰벼 논으로 가기로 했다. 새벽에 제법 내리던 비는 점점 기세가 수그러 든다. 최악의 구간을 하고 있다. 풀이 뽑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풀들이 자라있고, 벼들은 풀속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작업 구간은 한 평 남짓. 

 

가끔씩 쏟아지는 비를 시원하게 맞으며 강유원의 강의를 듣는다. 재미가 있다. 막상 그가 소개한 책들을 읽으면 강의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재야에서 시민 강좌로 단련된 강유원의 이야기 솜씨는 B급 강의의 전형이다. 허접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꼭 필요한 유익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철학, 역사, 정치 등 여러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하는 강유원의 강의는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기쁨이다. 김용옥의 강의 만큼이나 재미있다. 당연히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도 빠뜨리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려운 책들이 읽기에 쉬우리라는 자신감을 심어 준다는 것이다. kbs 라디오에서 강연한 '강유원의 책과 세계' cbs에서 강연한 '강유원의 라디오 인문학', 책읽는 세상의 칸트, 데카르트, 헤겔 강의 등 모두 재미있다.

 

10시부터 2시간 반동안 일했다. 그제 저녁, 어제 아침과 저녁, 오늘 아침까지 대체로 3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애썼다. 2시간 반 정도가 적당하다. 그렇게 일해도 하루 대여섯 시간은 일할 수 있다.

 

아무래도 샤워장에 모기장을 설치해야겠다. 계속되는 장마로 모기들도 여유가 없어서인지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네 방이나 물리고 나서야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어디로 갈까 하다가 흑미논으로 들어갔다. 일부 구간에 엄청난 풀이 자라고 있었다. 한 번을 쉬고 2시간 반에 걸쳐서 정리를 했다. 아직도 한 구역 정도는 내 손길이 필요하다. 초기에 풀을 잡지 못하니 김매기가 매우 어려워졌는데, 모를 심고도 더위와 밭일과 다른 일로 열심히 김매기를 못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하루 종일 일했더니 허리가 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