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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부동산 3법의 통과와 부동산 투기_200729

끝 모르고 오르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동생과 나는 거의 같은 시기에 중계동과 부천의 아파트를 샀다. 나는 평수를 늘리느라 같은 아파트에서 위치 이동을 해서 총구입비가 2억 2천 동생은 2억이었다. 현재 가격은 3억 5천대 10억이다. 오, 놀라운 차이. 동생이 근처의 아파트를 같이 사자고 했는데, 서울에 들어갈 일은 없다면서 거절한 것이 이런 엄청난 차이를 냈다.

 

지금부터 12년 전에는 강남 사는 친구가 부천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냐며 얼른 이사오라고 했다. 무시했다. 부천이든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모두가 같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 주었고, 좋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강남 사는 친구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2001년 경 귀농학교를 다녔다. 어서 귀농을 하고 싶었다. 교육 과정 중에 모내기서부터 달걀 생산까지 온갖 힘든 일을 다 했는데도 견딜만 했다. 왜냐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일했기 때문이다. 멍청한 판단이었다. 온몸을 바쳐야 농사가 된다.

 

어쨌든 농사가 무슨 대단한 업이라는 환상에 빠져 땅을 보러 다녔고, 2003년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곳에 평당 3만원을 주고 2,200평을 구입했다. 1억 원을 들여 집을 지었다. 지금 사는 곳이다.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느라 쉬는 날이 없었다. 온 가족이 나섰지만 무농약 무제초제의 농업은 사람을 땅의 노예로 만든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면서 일을 해도, 회사를 그만두고 일주일에 나흘 이상을 일해도 별로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평당 3만원이던 땅값은, 1억 원을 들여 집을 지은 곳의 땅값은 평당 50만 원이 되었고, 논은 15만 원, 밭은 25만 원이 되었다. 매년 농사지어 얻은 매출은 연간 천만 원 남짓이었으니 17년 간 1억 7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해마다 천 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반면에 땅값은, 대지 1억 5천, 논 2억 1천, 밭 1억 3천 등 총 5억 원이 되어 4억 원의 재산이 늘어났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수익의 열 배가 넘는다. 땅값이 오를 때는 몸은 힘들고, 수입은 없어도 신바람이 났다. 마치 공돈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땅 땅 땅 하는 모양이다.

 

서울에는 시골처럼 땅이 없으니 아파트가 그런 역할을 한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투기를 잠재우기는 힘들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눈앞에서 억 단위의 돈이 손에 잡히니 그 유혹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세금 뿐이다. 투기 수요에 대한 확실한 세금 정책이 가동되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문제가 없다. 전국의 땅값 역시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그래도 물가 인상률 이상으로, 저축 금리 이상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상투를 잡아 파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낮은 임대 보증금과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 임대 주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부채를 견딜 능력이 있어서 집을 구입한 것이므로 집 문제만 해결해 주면 일단 생활은 가능할 것이다. 삶의 의욕이 떨어지는 문제도 크다. 세상에는 돈 버는 재미보다는 덜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든 투기를 잠재워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건전한 투자를 통해 적절한 이익이 생기고 그 이익을 여가를 즐기는데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 달 전에 논을 팔려고 내놓았다. 평당 18만 원에. 욕심이 과했는지 아무도 사지 않았다. 이제는 평당 20만 원에 내놔야 할 모양이다. 행정수도가 이전한다고 하니 말이다. 부동산을 통힌 불로소득은 이렇게 무서운 병이다. 팔긴 팔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땅값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평당 2천만 원이 넘는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땅값이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임에는 틀림없다. 한 평의 땅에서 오천 원 벌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땅값과 아파트 값은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된다. 그래도 남는다. 여태 벌어먹고 살고, 따뜻하게 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돈까지 벌어 줄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아파트는 약간은 올라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낮으니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졌다. 우리 아파트를 제외한 어떤 아파트로도 이사할 수가 없다. 동생네 아파트가 절반이 떨어져도 5억이다.  중계동으로 이사하려면 1억 5천을 보태야 하는데, 그나마 중계동 아파트가 더 작아서 서재도 만들지 못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나도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물론 서울은 아니지만.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3기 신도시는 아파트값 추이를 보면서 건설하면 된다. 그리고 이재명 지사의 정책처럼 국민 누구나 기본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많은 교사와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당장 1주택자가 되어야 한다.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 경실련의 주장대로 부동산 업자로 전직하면 될 것이다. 사회의 모범이 될 교사 공무원 정치인들이 투기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무엇을 배우고, 무슨 의무를 이행하겠는가. 

 

더 이상 농사짓기가 힘들어지는 순간에 논밭은 팔 것이다. 시세대로.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아파트처럼 시골 땅도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재지주에 대한 세금을 최대한 높이면 이 문제 또한 쉽게 해결될 것이다. 내 땅은 값이 떨어지거나 더욱 팔기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아무려면 어떠냐. 망국의 근원인 투기부터 잡아야 한다. 

 

제법 많은 꽃들이 피었다. 시골 사는 재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덜 힘들게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해야 한다. 일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