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친구가 나갔고, 후배가 나갔다. 친구는 내 글 때문이고, 후배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오늘 친구에게는 사과 톡을 보냈고, 후배는 다시 초청을 하고 안부 톡을 보냈다. 그리고 이 글을 첨부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이고, 함께 하는 건 별로 없지만 친구다.
We do not know much about each other, but we are family. We do not have much to do together, but we are friends.
다행히 친구는 amigo, 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원래 카톡을 싫어해서 나간 것이라고 한다. 후배는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1. 인도기행 : 법정 지음 / 샘터 2004년 개정판 7쇄 / 1991년 초판
법정 스님이 1989년 11월에 인도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계층 간의 갈등은 별로 없다고 한다. (중략) 우리의 관념으로 보면 물질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가난하면서도 궁기를 풍기지 않는 그들. 그 태연한 모습들을 대하고 있으면 삶의 가치 척도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를 거듭 생각하게 된다." (27쪽)
지금부터 30년도 더 전인 1989년부터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우리나라가 너무 평화롭다. 지금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지만, 부자라는 이유로 공격당하지 않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은 계층 갈등이 아니다. 헌법과 인륜에 반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은 갈등이 아니라 개혁이다. 마침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의 공공부문에서라도 단기 비정규직에 대한 보수를 정규직보다 높게 하겠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추가 임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보수와 직업 안정성에서 이중의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발상이다. https://news.v.daum.net/v/20200722182857597
우리나라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 중에서 비굴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열심히 일해서, 아픈 몸을 끌고라도 정당하게 벌어서 내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사람은 많이 봤다. 오히려 부자들 중에서 아파트 한 채 더 늘리려고, 아파트 값 한 푼이라도 더 올리려고 비겁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본다. 가난한 사람들은 인도나 우리나 당당하게 산다. 비겁한 사람들은 따로 있고,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법정이 한국 사회를 너무 쉽게 재단한 것은 아닐까.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말로는 어려운 사람을 크게 도울 수 없으나 좋은 말을 많이 해야 하고, 행동하더라도 어려운 문제를 다 풀 수 없으나 좋은 행동을 많이 해야 한다. 생각과 말과 행동 思言行이 일치하면 제법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생각과 실천이 중요하다.
"문 앞에는 그새 서너 사람의 노인들이 거적에 덮여 쓰러진 채, 죽음을 기다리는 집에 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말로만 사랑이 어떻고 자비가 어떤 것이라고 떠벌리기보다는, 실제로 죽어가는 사람을 편히 죽도록 보살피는 일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이고 이웃된 의무가 아니겠는가.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그들의 선행을 우리는 기리고 본받아야 할 것이다.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다." (34쪽)
캘커타라는 도시 이름이 '칼리 가트'에서 왔단다. 칼리 가트 힌두 사원의 종교의식을 본 법정은 매우 오싹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피를 좋아하는 칼리 여신에게 바쳐진 검은 숫양은 악마를 제거하는 상징이면서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고기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스님으로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어리석고 몽매하다고 하는 것은, 육식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며, 다른 종교에 대한 무시다. 민족문화에 대한 경멸일 수도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종교의 이름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말 못하는 짐승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살아 있는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종교는 결코 이성적인 종교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죄 없는 돼지를 잡아 그 머리를 고삿상에 올리는 것도, 생각해보면 어리석고 몽매한 짓이다." (41쪽)
법정이 솔직담백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설사 다른 생각일지라도. 이렇게 있는 그대로 던질 수 있어야 소통이 가능한 것 아닐까.
"목이 말라 인도산 맥주 한 병과 이 나라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의 한 종류로 철판에 구운 밀개떡 같은 '난' 두 쪽을 먹었다." (49쪽)
2. 숲의 생활사 : 글 차윤정 / 웅진닷컴 / 2004년 초판 2쇄
숲 이야기를 읽는데, 시작이 세다.
"많은 사람들이 숲의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들을 제기했으며, 더러는 숲 공부를 하고 싶으니 좋은 자료를 추천해달라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쓴 책들을 추천하자니 낯이 뜨겁고, 그렇다고 숲 자체를 설명한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은 만들어졌다." (저자 서문 5, 6쪽)
저자의 의욕과 자신감과는 달리 책은 매우 지루하다. 23쪽까지 간신히 읽어내었다. 그 중 한 대목을 뽑는다.
"뿌리 중에서도 직접 활동하는 것은 가는 뿌리 끝에 있는 뿌리털이다. 미약한 뿌리털은 끊임없이 양분과 물을 찾는다. (중략)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야 2개월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새로운 잔뿌리들로 교체되면서 활동한다. 그러나 결코 자신을 지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어디서나 보이지 않게 수고를 하는 존재가 있게 마련이다." (20쪽)
정작 궁금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이 부분이었다. 실제 과정을 논문처럼 정확하게 써야 할 부분을 은유를 섞어 글짓기를 하고 있어서 사실인지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모세관 현상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이니 그렇다 쳐도 겨울눈의 껍질을 밀어내는 것이 과연 물인가 아니면 커져가는 이파리 또는 꽃잎인가?
"봄비가 몇 번씩 내리고 나야 숲의 갈증은 완전히 해소된다. 흙 속에 포화된 물은 뿌리에서 흡수되고 물길은 아무런 동력 체계도 없이 중력에 반하여 아래에서 위로 이어진다. 물의 압력으로 줄기는 탱탱하게 부불어 오르고, 밀려온 물은 가지 끝에서 겨울눈의 껍질을 밀어낸다."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