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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지혜는 나이 든 만큼 쌓이고, 욕망은 남은 시간 만큼만 남고 사라져야 하거늘_200705 el cinco de julio_el domingo_Воскресенье

하나는 렉스턴 칸, 다른 하나는 전기자전거. 지혜는 나이 든 만큼 쌓이고, 욕망은 남은 시간만큼만 남고 사라져야 하거늘, 미치광이 주인처럼 욕망은 날뛰고, 움켜 쥔 모래처럼 지혜는 새어 나가니 어쩌면 좋은가.

 

마음이의 고장에서 시작된 한 달간의 폭풍은 이러했다. 1) 마음이 고장 -> 2) 마음이 폐차 -> 3) 신차 구입 검토 -> 4) 재난지원금 기부 취소 -> 5) 렉스턴 칸 구입 검토 -> 6) 렉스턴 칸은 얼마나 좋은 차인가를 향한 탐구 열의 발동.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6) 번 속에서 2주일을 보냈다. 즐거웠다. 지난 세월만큼이나 물욕은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그 물욕을 털어내기 위한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오늘 나는 렉스턴 칸을 구입하려는 마음을 확실하게 철회한다. 내 남은 운전 시간이 불과 십 년일지라도.

 

이유까지 구구절절하게 풀어놓아야 다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해서. 1) 마음이든 그랜다이저든 어느 하나라도 내 곁을 떠나기 전에 칸을 구입한다는 것은 낭비다. 칸의 화물차로써의 기능은 마음이가, 승용차로써의 기능은 그랜다이저가 해 주기 때문이다. 두 기능을 다 갖춘 칸을 굳이 더 구입할 이유가 없다. 2) 칸은 디젤 차량이다. 유로 6 기준까지는 간신히 맞추고 있지만 다음 단계의 환경 기준은 맞출 수 없다고 한다. 모든 내연기관의 운명이기는 하지만. 나와 후손들이 함께 누려야 할 자연을 깨끗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공해 요소를 추가해서는 안된다. 3) 보험료 70만 원과 유지관리비 30만 원 등 매년 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칸의 구입을 늦출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가능성도 더 넓어지고, 늦게까지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다.

 

전기자전거도 똑같은 욕망으로 오래도록 흔들렸고, 똑같은 이유로 구입을 철회한다. 좋은 차와 전기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한 돈 모으기는 계속될 것이다. 더 좋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흥분이 된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흥미롭고 즐겁다. 방황조차도.

 

태종사 수국_천재가 보내 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