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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논 김매기 1일차_200623 las veintitrés de junio_el martes_вторник

마음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 동안 논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단 한 번도 마음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집에서부터 논까지 걸어갔다가 서너 시간 일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서 돌아왔다. 작년에는 아버지가 거의 일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나 혼자 걸어 다녔다. 아니 뛰어다녔다. 일하느라 굽어진 허리를 펴겠다고 가볍게 달리기를 한 것이다. 집에도 빨리 돌아오고 몸에도 좋았다.

 

그런데, 올해부터 나는 계속해서 차를 가지고 다닌다. 몸이 힘드니 걷거나 뛰지를 못하고 계속 마음이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아버지는 심지어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까지도 차를 가지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물론 2015년에 차 전체 수리를 하면서 내부 시트도 교체를 해서 차를 보호하려는 마음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매우 힘드셨을 텐데도 한 번도 그런 요구를 하시지 않으셨다. 더 문제인 것은 팔팔했던 나는 그것이 고통인 줄을 몰랐다.

 

메벼 논 입구에 쌓여있던 흙을 8개의 비료포대에 옮겨 담아 메벼 논 깊은 곳으로 옮겨 메꾸는 작업을 했다. 한 시간 동안 숨이 턱이 차게 일했다. 그래도 여전히 하반신 전부가 논으로 가라앉는다. 물론 모는 다시 심을 수 있다. 마음이 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쉬다가 김매기를 하러 들어갔다. 원래는 메벼 논 입구 쪽의 모 떼우기를 해야 하는데, 이쪽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서 일하기에 좋아 보였다. 쉬운 일부터 하는 게 가장 좋다. 모 작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언젠가는 하겠지. 샤워를 하고 집에 들어왔더니 10시 반이다.

 

음성에 가는 길에 어머니를 물리치료실에 모셔다 드렸다. 도서관에도 들려서 몇 가지 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꼭 읽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강유원이 팟캐스트에서 추천한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매우 덥고 졸려서 30여 분을 잤다. 플라톤의 국가와 향연의 도입 부분을 읽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강유원의 '향연'을 들으며 오후 6시에 논으로 갔다. 드디어 메벼논 입구를 정리한다. 써레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논바닥은 매우 딱딱하고 풀은 잘 크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일했다. 비가 오려는지 날이 흐려서 일할 만 했다. 김매기 첫날이라 그런지 제법 일을 많이 한 편이다. 내일은 예초기를 돌리고, 모 떼우기를 해야겠다. 

 

자귀나무 silk tree mimosa tree. 자귀꽃의 향은 정말 멋지다. 장미향의 물비누 보다 은은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