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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실패한 써레질, 슬픈 일이다_200521 las dieciuno de mayo_el jueves

올해 써레질 과정에서 총 3번이나 빠졌다. 메벼 논에서. 트랙터 두 번, 이앙기 한 번. 지난 17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을 올해 세 번이나 당했다. 전부 내 잘못이다. 반장과 낚시터 사장의 도움으로 위기는 잘 벗어났지만 아무래도 작업의 질이 떨어진다.

 

빠진 원인은 단순하다. 너무 깊이 로터리를 내리고 써레질을 해서 트랙터를 수렁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중간인 5, 6단 정도로 써레질을 3번 정도 하고 마지만 2번 정도는 7, 8단 높이로 수평 잡는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인다. 이것도 물높이 등을 고려하고 작업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아침부터 삼촌과 함께 예쁘게 논 수평 작업을 했다. 특히 군산 삼촌이 찰벼 논을 잘 정리해 놓으셨다. 이대로라면 멋진 모내기를 해낼 수 있었다.

 

삼촌은 오늘 오전 작업을 너무 열심히 하시다가 지치셔서 집에서 쉬시게 했다. 올해 77세. 항상 나보다 일을 잘하셨는데, 이제 더 이상은 무리다. 오후 3시 반에 음성에서 이앙기를 가져왔다. 논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이앙기에 천막을 연결해서 네 번 흙을 옮겨 수렁을 메워 갔는데, 다섯 번째 시도에 그만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19시 30분.

 

낚시터 사장은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먹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논을 망치지 않으려면 길 위에서 이앙기를 꺼내야 했으나 아무래도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작업기에 줄을 맬까 하다가 불안해서 논을 망치면서 이앙기를 끌어내었다. 기계를 반납하며 임대센터에 물어보았더니 잘못하면 이앙기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 언제나 앞면의 정해진 고리에 연결해서 꺼내야 한단다. 그나마 더 큰 잘못을 피했다. 엉망이 된 논바닥을 이앙기로 이리저리 손을 보다가 다시 끌개로 손을 보다가 어느덧 8시 20분이 되었다. 날이 캄캄해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슬픈 일이다. 그래도 그냥 웃으며 저녁을 먹었고, 일찍 잠이 들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너라면 술맛이 나겠냐?

 

그리미가 그린 향기가 좋은 후리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