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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속이 시원하게 퇴비를 주다_200403 el tres de abril el viernes

분꽃과 백일홍 씨앗은 아직도 뿌리지 못하고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아로니아 나무 12그루에 풀을 뽑고 퇴비를 듬뿍 올려 놓았다.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렸다. 김메기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어머니께서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

 

어머니 혈압을 재기 위해 보건소에 들렀다. 140에 60이다. 당분간 매주 혈압 점검을 해야 할 모양이다. 보건소장이 어머니께 힘든 일, 수그려서 하는 일을 피하시라고 신신당부한다. 어머니를 미장원에 모셔다 드리고 은행에 들렸다가 반짝이 허수아비 6장을 샀다. 18,000원. 허걱이다.

 

허수아비의 취약 지점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서 보강하고 운동화 끈으로 줄을 매고, 나일론 끈을 준비하여 밭으로 갔다.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만 한 시간이 넘었다. 제대로 된 라이터가 없어서 불이 잘 붙지 않는다. 터보 라이터를 하나 사 둬야 할 모양이다. 두 개의 철근 사이에 나일론 줄을 매고 그 사이에 허수아비를 걸었다. 3개의 허수아비는 밭에다 걸고 3개는 논에다 걸기 위해 남겨 두었다. 거센 바람에 끊어질 수도 있어서 자매주 살펴봐야 하는데, 바람에 날아갈 때까지 한 번도 점검해 본 적이 없다. 사고 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일도 부지런한 사람에게 가능한 일이다. 미리미리 점검할 마음이라도 갖자.

 

12시 반이 넘어서야 아로니아 나무에 손이 돌아갔다. 축분 퇴비 두 개를 가져다 놓고, 호미로 풀을 제거하고 부직포를 열어 퇴비를 붓고 부직포를 다시 덮었다. 이 단순한 작업을 끝내는데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중간에 두 번이나 쉬었다. 절반만 하고 놔둘까 싶었는데, 참고 끝까지 했다. 어머니가 늦어지는 점심이 걱정되어서 다녀 가셨다.

 

일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설거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세차를 했다. 세차용 호스가 갈라지고 있다. 금년 중으로 터질 것이다. 긴 호스가 많으니 잘라서 쓰면 될 것이다. 부천에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많이 나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으로 벚꽃이 활짝 피어서 운전자들의 시선을 빼앗은 모양이다. 조심조심 구경을 하며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미의 솜씨는 훌륭하다. 예쁜 그림을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