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ocho가 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온몸을 감싸던 통증이 모두 사라졌고, 왼쪽 약지의 심한 통증도 가벼운 통증으로 바뀌었다. 상태를 보니 붉은 기가 가시고 염증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다. 몸이 아파서 먹은 소염진통제가 손가락에도 효과를 보였나 보다.
어머니를 목욕탕에 모셔다 드리고, 어머니의 건강을 우리보다도 살뜰하게 챙기는 누나에게 쌀 한 포대를 보내고, 먼 할머니에게 인절미와 파김치까지 발송했다. 농협에 들러 밭 멀칭용 비닐 vinyl을 사서 돌아왔다. 아차, 허수아비를 잊었다. 비닐을 씌웠으니 고라니들이 뛰어다니지 못하도록 허수아비를 세 군데에 세워야 하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왔다. 내일 어머니 미장원에 모셔다 드리고 사러 가야겠다. 윗동네 박 씨 어르신에게도 전화를 드려서 모든 개들을 묶어 달라고 부탁했다.
밭에 나가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데 마음이 정말 쓸쓸했다. 아들과 아내, 어머니까지 득시글거리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나홀로 작업을 해야 한다. 이제 남은 이랑은 여섯 이랑이다. 작업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자.
한 시간을 넘게 씨름하여 3개의 이랑을 끝내고 벚나무 그늘 아래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니 어제 일이 떠오른다. 불과 20시간 전의 일인데, 그때는 참으로 행복했고, 지금은 그 추억을 씹으며 홀로 일한다. 어제가 정말 행복한 날이었구나. 어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을 빨리 끝내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기계는 말을 안 듣고 주워낼 돌과 손봐야 할 이랑은 너무 많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진이 빠졌다. 오늘은 어제의 추억을 연료로 하여 혼자서 즐겁게 천천히 일을 한다.
두 번의 휴식 끝에 여섯 개의 이랑을 모두 끝내고 하우스 옆 밭으로 기계를 이동해 놓고 두 시부터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휴식. 백일홍과 분꽃을 심고, 아로니아에 퇴비를 뿌리고 나면 오늘 일은 끝이다. 사실 계획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매화 나무 가지치기. 가지치기를 하면서 매실 꽃차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시간을 놓쳐 버렸다. 매화꽃이 활짝 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시도해 보자. 천천히.
여덟개의 이랑이 쉽지 않았다. 좁은 이랑을 넓히고 배수로까지 작업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다 끝내고 났더니 양쪽 옆구리가 아팠다. 옆구리 살을 빼기 위한 운동으로 이랑 정리가 최고다. 마지막 두 개 이랑을 작업하는 동안에 계속해서 비닐이 빠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스펀지 바퀴가 정상 작동을 하는데도 그렇다. 오전 작업 중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이유는 알지 못한 채 비닐이 빠지면 손으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관리기 작업을 끝내고 그리스 칠을 해서 창고에 관리기를 보관했다. 이제 1년 후에나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아무 말썽없이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해가 있어서 무슨 일을 할까 하다가 쥐똥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하우스 창고 옆의 좁은 공간은 예초기로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전지가위로 작업을 해야 한다. 한 시간 정도를 하고 났더니 팔이 뻐근하다. 계획한 일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무사히 하루 일을 마쳤다. 대략 7시간을 일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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