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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떡을 나누고 천재의 도움으로 비닐을 씌우다_200401 el miércoles el uno de abril

작업은 4시 quatro 20분 veinte에 끝냈는데 아직도 온몸이 아프다. 쌍화탕에 타이레놀을 먹고 견디고 있다. 지난주 작업한 이래로 계속되는 근육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른 정리해 놓고 다시 누워야겠다.

 

관리기를 다루면서 또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 스펀지 바퀴가 돌아가지 않으면 비닐 멀칭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몸은 피로하고 근육 통증은 심해져 가는데, 비닐이 자꾸만 빠진다. 비닐 위치도 옮겨 보고 별 짓을 다 해 봤지만 소용없다. 원인을 발견해 준 것은 천재. 뒤에서 보고 있다가 스펀지 바퀴가 한쪽만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리한 관찰력.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어서 손을 본 적이 있었다. 집으로 가서 그리스를 가져다 스펀지 바퀴 회전부에 바르고 작동을 하니 정상 작동. 이런 문제는 점검도 해 보지 않고 작업을 했으니. 1년에 겨우 한 번 작업하는 것이라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노릇이다. 초크 밸브는 당겨서 시동 걸고 밀어서 작업할 것. 스펀지 바퀴의 회전 여부 확인할 것. 휘발유 급유 밸브 닫아둘 것. 아, 그냥 열어놓고 왔다.

 

아버지께 생신상을 차려 드리고 올린 떡을 이웃과 나눠 먹었더니 어느덧 10시가 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10시 반이 넘어서 밭으로 갔다. 관리기가 시동이라도 잘 걸려주니 고맙다. 어머니와 그리미, 천재까지 나서서 협업을 한다. 일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아니었다. 밭에는 주워낼 감자돌이 끝도 없이 나오고, 손을 봐야 할 이랑도 끝이 없다. 관리기도 계속해서 속을 썩인다. 천재의 번뜩이는 관찰력이 발휘된 뒤에야 작업 속도가 올라갔지만 이미 4시간 동안 몸이 지칠대로 지쳐 버렸기 때문에 일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비닐이 떨어져 버렸다. 이제 남은 이랑은 여섯 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결국 나머지 작업은 내일 하기로 하고 6시간에 걸친 작업을 끝냈다. 벚나무 그늘에서 잠시 쉰 것을 제외하고는 여섯 시간 동안 힘들게 일했다. 내년에는 좀 더 쉽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기대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5시가 넘어서 부천으로 출발한 그리미와 천재는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엄청나게 예쁜 꽃이 아닌데도 무척 신기하다. 불과 7cm 정도의 키에 작은 꽃을 피웠다가 내내 땅속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을 피운다. 그래 부지런히 번져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