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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노동과 사랑은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_200325 el veinticinco de marzo_el miércoles

트랙터를 반납하고 비닐을 씌울 생각에 몹시 즐거웠으나 가장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 하나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랑 정리다. 트랙터를 반납하기 전에 물청소를 해야 하는데, 불과 20분 veinte만에 물을 슬슬 뿌리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작업 환경이 좋아서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로터리 날에 걸린 부직포나 고추매는 줄을 풀어내기 위해 작업을 하다가 몸에 가벼운 상처가 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아침을 먹고 8시 ocho부터 트랙터 작업을 시작했다. 어제 저녁 7시 siete 반까지 작업을 했으니 로터리 작업은 완벽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군데군데 작업이 안된 곳이 있었다. 밭의 모양이 부정형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9시 반부터 이랑만들기를 시작했다. 역시 잘 되지 않았다. 11시 once가 넘도록 불과 다섯 개의 cinco 이랑을 만들 수 있었다. 첫번째 이랑을 잘 만들어야 이후의 작업의 품질도 좋아지기 때문에 몇 번이나 수정 작업을 해야 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동생 가족들과 이른 점심을 먹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진도로 성묘를 다녀 오기로 했다. 휴식 시간 없이 바로 밭으로 갔다. 만족스럽게도 12시 doce부터 2시 dos 사이에 나머지 이랑 만들기가 끝났다. 전체 점수는 대략 80점 ochenta이다. 집 옆의 작은 밭까지 끝내고 나니 오후 3시 tres de la tarde 다.

 

오후 4시 cuatro de la tarde 반부터 다시 밭으로 나갔다. 삽과 넓은 괭이를 가지고 불완전한 이랑을 손보는 작업을 했다. 열삽 뜨기도 힘들었다. 한 삽 뜨고 쉬고 한 삽 뜨고 쉬고. 그렇게 일을 해 나갔다. 진도는 나가지 않는데 손 볼 곳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눈은 게으르기도 하도 꼼꼼하기도 한다. 하필 이 순간에 꼼꼼함이 발동되어 안 그래도 피곤한 몸을 더 몰아부친다.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7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소맥을 한 잔 했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르떼 TV라는 곳에서 한양대에서 하는 '라 트라비아타'를 녹화 방송하고 있다. 1막부터 3막까지 전체를 보았다. 볼 만했다. 너무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사랑은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대사가 계속된다. 노동과 사랑은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진통제를 먹고 잤는데도 꾸준히 몸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누적되기는 했지만 불과 3시간의 육체 노동도 힘겨운 모양이다. 

 

꽃으로 충만한 봄이다. 근육이 좀 아프면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