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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짠내나는 입술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_200326 el veintiseis de marzo_el jueves

이제 그만 할까 싶었지만 쉬엄쉬엄 이랑 정리를 마쳤다. 어제 작업 후의 평가는 80점 ochenta은 되었는데, 오늘 정리를 하면서 보니까 70점 setenta정도다. 이랑 간격이 넓은 것은 없었는데, 간격이 너무 적은 이랑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랑들을 손을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비닐을 씌우고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커피와 비스켓, 사과 한 개를 챙겨먹고 9시 nueve de la mañana에 밭으로 나갔는데, 그리미에게는 진작부터 일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몸이 아파서 늦잠을 자며 쉬었다고 말을 하면 걱정을 하면서 야단을 맞을 것 같아서다. 호주머니에서는 생생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평화롭다. 기계를 쓰지 않으면 힘은 들지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2시간을 하고 났더니 진땀이 흐른다. 몸에 슬슬 통증이 일어난다. 전체 이랑을 손 보면서 감자 돌을 주워내면서 일을 했더니 진도가 더 나가지 않는다.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어제 저녁부터 김치찌게, 북어국, 라면 혼합물을 만들어 먹었다. 뒤처리 개념도 있고 맛도 좋았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것이 인생의 큰 장점이다. 오후 1시 uno de la tarde까지 쉬었다.

 

오후에는 과연 일할 수 있을까 했는데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몸은 참 대단하다. 열 diez 수레 이상의 흙을 퍼 날라서 흙이 부족한 곳을 채우면서 작업을 했다. 오후 4시 cuatro de la tarde 반이 되어서야 일이 정리가 되었다. Sergei Trofanov의 Moldova가 흘러 나온다. 짠내 나는 입술을 찬물로 헹궈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느낄 수 있다. 고된 하루를 즐겁게 잘 보냈다.

 

마음이 세차를 하고, 샤워까지 하고 났더니 오후 5시 cinco de la tarde 반 treinta이다. 부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온몸에 가해졌던 진한 노동의 기운이 사라지고 나니 운전조차도 행복한 일이었다.

 

한울빛도서관은 문이 닫혔지만 꽃은 계속 피어난다. 향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