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세게 불어 날이 차다. 10시 10분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갔다. 정원의 나무와 돌을 처리하고 햇볕이 좋은 밭에서 마늘밭 김매기를 한다. 2미터 정도의 언덕이 북서풍을 막아주니 찬바람이 거세도 따뜻하다. 내가 이렇게 좋으니 풀인들 좋지 않으랴. 한뼘 건너의 동남쪽 마늘에는 풀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는데, 이쪽 편으로는 굉장히 많은 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일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허물어지고 일이 더디다. 그러니 무릎과 허리가 더욱 아프다.
지나던 요선생이 마늘이 잘 올라왔다고 격려한다. 봄 가뭄만 없으면 대체로 무난한 수확을 거둘 수 있으리라. 가뭄에는 손놓고 있지 말고 물을 좀 줘야겠다.
잡석들이 너무 많아서 골라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두 개로 나뉘어 있던 밭을 하나로 합치면서 굴삭기 작업을 부탁했더니너무나 많은 도로공사용 돌을 밭으로 옮겨 놨다. 밭흙이 부족해 보여서 그렇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인데, 지난 3년 동안 비닐 씌우고 관리할 때, 흉한 돌들이 계속 올라오니 열이 받는다. 그때는 좋았는데,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나니 심술이 난다. 이래서 남의 손에 일을 맡기고 돈까지 지불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잘 안되더라도 내 손으로 다 하고 싶다. 농부로서의 마음 비우기가 잘 안된다.
두 시간 반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나가려 했는데,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날이 흐려지면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오후 일을 접고 책이나 봐야겠다.
3월 5일
날씨는 찬데, 어제와 달리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밭으로 갔다. 모자도 버프도 쓰지 않고 언덕을 믿고. 어제 끝내지 못한 마늘밭을 정리했다. 한 시간 만에 끝내고 났더니 기분이 상쾌하다. 앞으로 두 주는 큰 변화가 없을테니 20일 이후에나 김매기를 하면 될 것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서 나머지 눈의 수술 일정을 잡았다.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아도 수술이 잘 되어 그럭저럭 용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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