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친환경 우렁이 종패 지원 사업의 선정 결과가 나왔다. 총 13,000평방미터다. 94kg. 몇 백만원이 넘었던 보조금이3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유는 우렁이 농법을 하는 농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힘이 들어서 못하고, 힘든데 비해 돌아오는 것이 없어서 못한다. 우렁이를 넣어 제초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논에 비해 4배 이상의 써레질이 필요하다. 요즘은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니까 힘이 덜 들지만, 그래도 다른 논들에 비해 3번 더 써레질을 해야 하니 시간, 인력, 기름값 등 4배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게 하고도 일부 면적은 손으로 기는농법으로 마무리를 해 줘야 한다.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지은 쌀은 제초제를 사용한 쌀보다 겨우 30% 정도 높다. 비용은 네 배인데, 30% 매출이 느는 것으로는 농부들이 우렁이 농법을 할 이유가 없다. 오직 내가 먹기 위해서만 가능한 농법이다. 무일농원과 같은 소규모 자작농에게 가능한 일이다.
대규모 논을 우렁이 농법으로 하고 지원받기 위해서는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제초제와 농약을 조금도 써서는 안된다. 대규모 우렁이논을 관리하려면 열 마지기 당 한 사람의 농부가 2달 정도 필요하다. 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대규모 친환경 농법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을 안 써야 하니 알게 모르게 제초제를 써야 한다. 그러면 친환경 인증팀에 적발되어 지원금을 토해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렁이 농법을 하게 되면, 최소한 제초제의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물과 토양의 오염을 막을 수 있는데.
우렁이 농법은 써레질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네 배 이상 고운 써레질을 해서 풀이 움튼 것을 파괴하고 우렁이를 넣어야 한다.독한 퇴비도 많이 쓰면 안된다. 우렁이들이 퇴비 삭혀진 물에서는 죽을 수 있다. 논에 남겨진 볏짚도 태워서는 안된다. 양잿물은 우렁이에게 독이 된다. 논의 수평을 잘 잡아서 우렁이가 가지 못하는 논바닥을 없애는 것도 중요한다. 그래야 인력 투입이 적어진다. 우렁이가 제초 못한 곳이 늘어나면 사람이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우렁이 농법을 위한 자부담은 7만원이었다. 올해부터는 10만원이 된다. 그리고 단 3농가만 우렁이 농법을 한다. 이렇게 진행되면 금왕읍 더 나아가서는 음성군의 우렁이 농법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3년 내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른 농법을 찾아야 하는데, 더 이상의 친환경 농법은 없다. 그때가면 나의 농부로서의 삶도 끝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모양이다. 별로 슬프지도 않다. 그런 세상을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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