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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김장 채소에 농약을 뿌리다_190930 빠니질리닉 понедельник

거의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헤르메스를 달려 농원으로 출근했다. 지난 주말 동안 숙고한 결과, 어떻게든 더 농사를 줄여서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자그마한 텃밭 규모의 노동만 하기로 했다. 농사를 줄이는 방법은 땅을 팔거나 임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땅은 살 때는 내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땅을 골라서 살 수 있지만 팔 때는 마음대로 팔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서울 지역의 아파트로 모든 돈이 몰려가 있어서 시골 땅을 사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나와 있는 땅이 많다보니 모양 예쁘고 투자 가치가 높은 도로변의 땅들만 매매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임대를 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금년 농사는 잘 마무리해야 한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3시 반에 밭으로 나갔다. 나방과 노린재가 배추와 무를 공격해서 대를 이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배추를 먹기 위해서는 이 녀석들을 헤치워야 한다. 농약을 뿌려야 한다.


물 두 말(40리터 ?)에 약 40ml의 약을 탄다. 색갈은 허연 것이 그리 몹쓸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꿀벌에게는 맹독성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냄새가 고약하다. 약 냄새가 원래 고약한 것이지 사람들이 착각하고 마시지 않도록 일부러 고약한 냄새가 나도록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고약하다. 총 네 번을 지고 나가서 배추와 무, 달랑무, 파에 뿌렸다. 오늘로 두 번째로 농약을 친 것인데, 배추가 제법 잘 자랐다.


농약을 지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농약 치는 농사는 짓지 않겠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셨고, 아버지도 농약을 쓰지 않으셨다. 단지 고추와 배추는 농약 없이 농사 지을 수 없으셨다. 이 무거운 농약통을 한 번도 아들에게 요구하지 않으셨다. 정확하게 여든 다섯 살까지 농약통을 직접 지셨다. 아직도 힘겨워 하시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논에 가서 허수아비를 하나 더 설치했다. 논가로 고라니 발자국과 똥이 그득하다. 다행이도 논은 짓밟히지 않았다. 잠깐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산 모기들이 달려들어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왔다. 금방 노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