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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싹쓸이를 축하하는 특이한 지역_200211 프또르닉

온 나라가 이틀째 봉감독 축하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 민족이 되기를 소원하신 것이 정부 수립 100년 만에 달성되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BTS가 세계를 들썪이게 하는 것에서도. 참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나라의 소설을 읽다가 외국의 유명한 소설들을 읽으면 뭔가 싱겁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 문학이 참 강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문화의 뿌리가 얕아 가볍기도 하고 호색스럽기도 한 일본 문학이 마치 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것처럼 평가되는 것도 몹시 불만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세계의 흐름을 천천히 바꿔가고 있다. 무게와 진실, 아름다움과 비극을 적절하게 섞어내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척 다행스럽다.


기생충은 참 보기 힘든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사고가 터질 듯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 첫번째 힘든 점이다. 그 긴장감을 웃음이 적절히 보완해 주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빠져든다. 냄새. 영화를 보면서 그리 중요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냄새의 중요성은 잘 안다. 음식 타는 냄새, 늙어가는 냄새, 쓰레기가 썩는 냄새, 똥 냄새에서 밥 냄새로 넘어가는 냄새의 변화 등등. 나중에 생각해 보니 계급을 냄새로 표현했다는 것은 기발한 착상이었다. 누구나 잘 알고 있었고 쉽게 이해되지만 표현의 매개로 생각하지 못하고 코를 쥐고 찡그리는 것으로 그냥 넘어갔던 부분이다. 영화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서 다 잊었다.


그런데, 인도 께랄라에 있는 친구 수련(바의야)로부터 특별한 지역에서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https://www.news18.com/news/buzz/whats-in-a-name-bengalis-are-celebrating-bong-joon-ho-winning-big-at-the-oscars-2495037.html


인도 벵골만 지역 사람들은 ‘Bong’이라 불린다. 그런 Bong 중에서 사티야지트 레이라는 감독이 92년에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받았었다. 봉 감독의 오스카상 싹쓸이는 레이 감독 사후 두번째  봉이 일군 성과라며 축하의 글을 소셜 미디어에 남기고 있다는 기사다. 재미있는 것은 인도의 Bong인 사티야지트 레이 감독도 부모가 화가와 작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의 인도 특파원 보고에 따르면, Bong들이 대체로 타고르의 영향을 받아 지역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하여 표현한다고 한다. 


기생충을 통해 우리가 문화 민족으로 우뚝 선 것은 큰 기쁨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런 역량을가지고 있다. 자막 1인치의 장벽 보다 더 낮은, 인간이라는 공통성에 초점을 맞추면 세계인의 모든 활동은 다 놀랍고 뛰어나다. 그것을 나와 우리가 그리고 세계인이 깨닫고 실천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