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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나중에 보자, 뭍에 있어_200120 빠니질리닉

비양도 선착장 앞의 식당에서 올레 정식을 먹었다. 시큼한 김치찌개와 반찬들, 누룽지물이 좋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고등어 구이가 흠이기는 하다. 친절한 식당 주인은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예년 같으면 추워서 꼼짝하기도 힘든 시기인데 올해는 정말 따뜻하다고 한다. 


비양도를 다녀와 용문마을회관 앞 순대국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데, 교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온다. 그들 틈에 끼어서 힘겹게 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말을 건다. 제주도로 이주한 지 6년 되었는데,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모양이다. 습기 때문에 가죽 옷들은 곰팡이가 피고, 물가는 비싼데다 백화점을 비롯한 화려한 쇼핑몰이 없으며,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것도 1년이면 끝이다. 여행하기에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살기는 힘들단다. 여행을 온 우리들이 참 부럽단다.


육지에서 끊임없이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그들을 대접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제주도민이나 여행객이나 회값은 똑같다. 도민이라고 해서 물고기를 거저 얻어와 회를 떠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육지에서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하면 이제는 피한다고 한다. 


"저런, 나 지금 뭍에 나와 있어. 나중에 보자. 즐겁게 여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