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에 번역을 하다가 멈추고 책을 읽기만 하다가 오늘 다시 돌아왔다.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읽은 부분은, 아미르가 하산에게 도움을 받아서 위기를 모면하고 난 뒤에 똑같이 하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미르는 도망을 쳤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하산에게 도둑의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낸다. 어린 아이에게 닥친 명예에 관한 문제. 어른이나 아이나 폭력 앞에서는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하산에게는 새총(slingshot)이라도 있었지만 아미르에게는 연약한 몸둥아리 밖에는 없었다.
때마침 아프카니스탄에 정치 위기가 발생하고 아버지와 함께 탈출해야했다. 아버지는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한다. 부자는 무사히 미국에 도착하지만 힘든 삶이 계속된다. 아버지는 어려운 과정에도 아미르의 학업을 계속하게 한다. 아미르는 그런 아버지의 도움으로 학교를 졸업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삶인 의사나 법률가가 아니라 작가가 되려고 한다.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런 우울한 아미르에게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의 삶은 새로운 열정으로 들뜨게 된다.
That night in bed, I thought of the way dappled sunlight had danced in Soraya's eyes, and of the delicate hollows above her collarbone. I replay our conversation over and over in my head. Had she said I heard you write or I heard you're a writer? Which was it? I tossed in my sheets and stared at the ceiling, dismayed laborious and interminable nights of jelda until I saw her.
그날 밤 침대에서 나는 생각했다. 햇살이 소라야의 눈 속에서 일렁이던 모습과 그녀의 부드러운 어깨를. 머리 속으로 계속해서 우리가 나눈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었지. '당신이 글을 쓰고 있다고 들었어요' 였던가 '당신이 작가라고 들었어요' 였던가? 뭐였지? 나는 시트 속에서 뒤척이며 천정을 바라보다가 난감해졌다. 그녀를 다시 보기 전까지 나는 힘들고 끝나지 않을 것같은 밤들을 보내야 할테니까.
거의 1년 만에 400쪽의 책 한 권을 읽었다.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하산이 아미르가 떠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집을 가꾸며 지내는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에 그를 버리고 떠났던 엄마까지 그 집에 합류하여 어린 소흐랍을 키우는 장면은 불과 한 쪽도 안되는 분량이었지만 아름다웠다. 그들은 집을 청소하고 장미꽃을 가꾸고 나무를 손질하고 담장을 새로 세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태어나고 웃고, 떠든다. 소소한 일상이 평화롭게 지나가는 그들의 십 년은 참 행복했다.
행복한 십 년은 400쪽의 분량 중 단 한 쪽이면 표현이 된다. 꿈처럼 흐른다. 하산은 아미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아름답고 행복한 집을 잘 지켜가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가 글을 읽고 새총 놀이를 하면서 영리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자랑한다. 언젠가 그가 돌아오면 오랜 친구가 나이든 모습으로 그를 반길 것이라고. 하산의 약속은 탈레반의 만행으로 지켜지지 못하지만, half-brother이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진정한 친구로 살려했던 아름다운 친구의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I dream that my son will grow up to be a good person, a free person, and an important person. I dream that flowers will bloom in the streets of Kabul again and music will play in the samovar houses and kites will fly in the skies. And I dream that someday you will return to Kabul to revisit the land of our childhood. If you do, you will find an old faithful friend waiting for you. May Allah be with you always. Hassan" (235쪽)
내 아들이 좋은 사람으로 자라서 자유롭고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바래. 카불의 모든 거리에 다시 꽃들이 피어나고, 신앙심이 넘치는 집들마다 음악소리가 흐르고, 하늘에는 연들이 나는 것을 바라지. 그리고 언젠가는 네가, 우리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카불로 돌아와서, 늙었지만 우정이 넘치는 친구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해. 신께서 언제나 너와 함께 하기를 빌며,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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