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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가을 속초여행_바다가 맑아서 그대로 뛰어들었다_180918~19

날씨 좋다.


근사한 관광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속초 아바이 마을 해변에 도착했다. 가리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방파제를 산책하다가 바다를 마주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다. 물이 깨끗했다. 그래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웃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개구리 헤엄을 쳤다. 물이 맑고 따뜻하다. 소금물이라 몸이 잘 뜬다. 바지가 다리에 걸려 힘이 들 줄 알았더니 오히려 편안하게 다리를 띄워준다. 혼자 놀다가 둘이 놀고, 한 아이를 집어 던져서 넷이 놀았다.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발차기로 앞으로 나가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갔다. 차마 내가 가지는 못하고, 속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물개 선생님을 보내서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돌아오게 했다. 다행이다. 한참을 더 놀고 싶었지만 다른 일행이 있어서 참았다. 물이 따뜻하여 수건 한 장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그대로 젖은 옷을 입고 오후 일정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와이파이가 끊기는 바람에 삼십 분 동안 썼던 글이 전부 날라갔다. 다시 써야 한다. 황당한 일이다. 앞으로는 메모장에서 먼저 쓰고 옮겨야겠다. 그래 원노트가 정답이다.



신다신 식당은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맘 편하게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메뉴판 하나만 걸어놓고 있는 식당이 제일 좋다. 함흥냉면, 가리국밥, 순대국(이상 9천원), 가자미 식혜, 명태 속으로 만든 순대 등등 멋진 음식들이다. 가리국밥에는 고기가 가득해서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원산지 표시를 발견하지 못했다. 순대는 고기보다 비싼지 달랑 4개가 들어있다. 나중에 시장에서 오징어 순대를 보니 8개 한 팩에 15,000원이란다. 오징어도 비싸고 명태도 비싸서 그런 모양이다. 믿음이 많이 쌓여서 신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신다신이라 한다.


강원도의 깊은 산을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하다가 동해의 푸른 바다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얻어 대교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높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역시 푸르고 아름답다. 하얗고 빨간 등대가 쌍으로 서 있었다. 전국 어느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으로 그저 그렇지만 괜찮다.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마을의 등대라면 좀 더 새롭고 신선해야 하는데, 프로젝트의 기획이 이곳까지 닿지 못한 모양이다.







대교를 건너 내려간 마을에서 16년과 17년에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양인데,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예산을 제대로 넣지 못한 모양이다. 컨테이너 두 개를 결합해서 만든 카페 겸 전시관은 소박하고 좋았다. 그림과 사진을 전시해 두었는데, 30분 정도 쉬면서 바라보기에 좋았다. 2층 창가에 마련된 창밖을 바라보는 높은 의자들도 편안했다.


그물을 만드는 어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미터 폭의 그물 두 개를 연결해서 40 X 200 미터의 그물을 만든다고 한다. 그물 하나에 30만원이니 두 개를 합치면 벌써 60만원이다. 두 개의 그물을 결합하는 작업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이 공정이 전체 공정의 절반이라고 한다. 그물이 완성되면 부표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착물들을 또 달아야 한단다. 육지에서의 작업도 바다에서의 작업만큼 고되고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물고기들이 잘 잡힌다고 한다. 오징어나 명태가 예전처럼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어종들은 꾸준히 잡히는 모양이다. 그물을 연결하는 그의 손놀림이 빠르고 경쾌하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한 동작의 완성에 1초도 걸리지 않는 동작을 열 시간 가까이 반복해야 한다. 지루해 하면 그것으로 어부 생활은 끝이다. 만트라를 외듯이 생각을 멈추고 열중해야 한다. 득도할 수 있는 작업이다.


점심으로 먹은 홀리데이 수제 버거는 고소했다. 남의 돈으로 먹으니 이런 음식도 아깝지 않다. 남은 버거들은 종이에 싸서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순이에게 가져다 주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불쌍한 녀석이다. 집 앞에 평생을 묶여 있는데도 미치지 않고 여전히 성격이 좋다. 빵과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더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요트 체험을 했다. 1인당 3만원이나 하는 고가지만 새로운 체험이었다. 역풍을 이용해 45도 방향으로 좌우로 움직이면서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했다. 엔진을 끄고 돛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람을 거슬러 나아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역풍인지 옆바람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5분 정도 운전을 해 보았다. 14미터 높이의 돛을 가지고 있어서 무게 중심이 높지만 2톤의 수중 중심추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침몰하지 않고 복원된다. 엔진으로는 20km/h가 최고이고, 바람으로는 5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배가 옆으로 누워 중심을 잡으며 달린다. 자동차처럼 즉각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천천히 방향 전환이 되는 방식이라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속도와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즐거운 체험이었다. 파도가 거세어서 바다 수영을 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속초중앙시장은 온갖 먹을 거리가 넘쳐난다. 파란을 15,000원에 사고, 술 안주로 만원에 13마리를 주는 새우 튀김을 샀으나 끝내 먹지는 못했다. 한 병에 만 원인 송이버섯술도 3병 샀다. 중앙 닭강정까지 한 통을 샀더니 짐이 많다. 나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호두 과자까지 사서 기념품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숙소 들어가는 길이 깜깜해서 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새벽 네 시에 깨워달라 했더니 한 아이가 정말로 나를 깨웠다. 새벽까지 놀다가 잠을 자려 했지만 코를 심하게 곤다고 못자게 해서 자지 않고 있단다. 걱정말고 내 옆에 누워 자라고 했다. 별로 심하지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밖으로 나갔다. 아, 가로등 불빛이 너무 밝았다. 한참을 어두운 곳에 서서 하늘을 보았다. 오리온 자리만 제대로 보았다. 은하수가 길게 늘어진 것이 느껴지지만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시베리아에서도 볼 수 없었다. 인도 자이살메르의 사막으로 가야 하는 모양이다.










         
아침은 봉평 동치미 막국수로 먹었다. 동치미 국물에 계란 노른자를 풀고, 겨자를 넣어서 먹었더니 고소하고 담백해서 한 그릇을 시원하게 먹었다.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오려고 명함을 한 장 받아왔다. 낙산사로 갔다. 잘 닦인 소나무 길을 따라 해수관음상까지 올라갔다. 8층 석탑과 해수관음을 바라보며 절하는 작은 암자가 특히 좋았다.



의상대에서 홍련암을 바라보는 경치가 매우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겨울에만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는 줄 알았더니 가을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교통체증이 싫어서 가을에 여행하지 않았더니 이런 경관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평일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는게 행복이다. 1박 2일의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행을 한 이틀 동안 날이 너무 좋았다. 농원에서는 부모님이 군산에 계시는 외삼촌까지 불러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셨다. 계속해서 벼가 쓰러지고 있다. 두 분이 그렇게 애를 쓰셨는데도 아직도 작업을 해야 할 벼들이 많이 남았다. 일이 끝나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가 져서 끝내는 것이다. 애쓰신 세 분과 준비해 간 술과 안주로 실컷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향악당에 가서 장구 연습을 한 시간 하고 돌아와서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