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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느닷없이 가도 여행은 아름답다_강릉 ktx 여행_180824 뺘뜨니챠 пятница

태풍이 만들어 준 휴일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커피 한 병을 의지해서 시흥 대야도서관에서 책을 봤다. 두 권을 끝낼 수 있어서 기뻤다. 아직도 집적댄 책들이 많은데, 언제 또 한가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아침에 어렵게 눈을 뜨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막 속도를 붙이려고 하는데. '강릉이라도 갔다 오자, 태풍이 만들어 준 파도가 겨울처럼 근사할거야'  그래, 넷이서 5만원 티켓이 있나 봤다. 있다. 11시가 다 되어 12시 표는 못 사고 13시 표를 샀다. 효빈이에게 전화했더니 좋단다. 초딩 표까지 사고 샤워를 한 후 서울역으로 출발. 20분 전에 도착했다. 역곡역 앞에서 산 김밥 다섯 줄을 안주로 해서 체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났더니 강릉역에 도착했다.


일행은 다섯 명이니 택시를 탈 수도 없고, 버스를 타자니 돈도 많이 들고 불편하다. 렌터카를 빌리자고 이번에도 그리미가 제안했다. 5시간을 빌려도 된단다. 보험까지 해서 6만 5천원에 레이를 빌렸다. 차가 크다. 언덕길에서 1단으로 수동 변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것 말고는 천재까지 다섯 명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정동진으로 간다.


가는 길에 안인항에서 1차 파도를 봤다. 멋있었다.





가는 길에 안보전시관에서 2차 파도를 봤다. 멋있었다.





가는 길에 자전거길 언덕 위에서 3차 파도를 봤다. 멋있었다.





하슬라 미술관으로 올라갔다. 시간이 없어서 미술관 관람은 못하고 주변만 돌았다. 재미있었다.

정동진에서 핫도그를 비롯한 군것질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바다는 보지 않았다.





선크루즈 언덕을 너머 헌화로에 도착했다. 4차 파도를 봤다. 멋있었다.





헌화로의 반환점에서 5차 파도를 봤다. 멋있었다.






운율을 맞추기 위해 문장이 더 첨가되어서는 안되는데, 성의가 없다는 천재의 의견에 따라 덧붙여본다. 가족들을 헌화로의 반환점에 내려놓고 차를 돌려 시작점으로 가다가 파도를 맞았다. 멋지다. 죽지 않고 보니까. 차를 세워놓고 혼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헌화로를 걷기 시작했다. 테트라포드가 안전하게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해서 자신 있는 걸음을 걷고 있었는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자 테트라포드에서 무시무시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우르르르릉 ~ 발걸음이 저절로 해안가에서 멀어졌다. 어서 가족들과 만나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흘렀다. 무사히 가족들을 만났다. 정신과 육체 모두 허물어지지 않았다.




안인항의 식당으로 도루묵 찌게를 먹으러 갔으나 문이 닫혔다. 바로 옆 식당으로 가서 참가자미회를 먹으려 했는데, 태풍으로 고기가 없어서 된장찌게 밖에는 없단다. 횟집으로 가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망치탕과 가자미 물회 하나를 시켜 먹었다. 맛있었다.


알차게 놀다가 저녁 8시 반 기차로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참 잘 놀았다. 운전을 해서 갔으면 내 몸이 피곤했을 텐데, 기차를 타고 가니 중간중간 잠도 잘 수 있어서 한결 피로가 덜했고, 술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