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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선운사 여행, 고행_180925

아이들에게 빨래를 다 맡기지 않겠다는 그리미의 의지와 빨리 이동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겹쳐 수건을 개어 옮기던 그리미의 허리가 삐끗했다. 시작부터 우울하다. 가지 말까. 그래도 가보자, 꽃이 위로해 줄 것이다.

 

예상대로 고창까지의 고속도로는 원활하다. 휴게소에서 우동과 김밥으로 배부르게 요기를 하고 잘 갔다. 선운사까지 2km가 남았는데, 네비의 도착 예정시간은 30분 후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차들이 거의 움직이지를 못한다. 잘 참고 잘 갔다. 입구에서부터 붉은 꽃의 물결이다.


상사화가 활짝 피었다. 붉은 꽃들이 카펫을 깔아 놓은듯하다








  

꽃은 아름다웠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호젓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불갑사에서 이미 본 그 광경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꽃길을 걷고, 선운사를 산책했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아뿔싸. 다들 출발을 늦춘 모양이다. 고속도로 정체가 더욱 심해진다. 오후 4시면 정체가 풀릴 것이라는 도로공사의 예상을 믿고 늦게 출발한 귀경객들이 정말 많은 모양이다. 우리는 아직 갈 곳이 남았다.


전봉준 장군 생가터를 방문했다. 정말 생가터다. 출입문과 초가집 한 채,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기념관이 전부다. 그나마 기념관은 추석 연휴라 잠겨 있어서 출입문 위에 걸린 장군의 초상화만 쳐다 보다 왔다. 오척 단신이어서 녹두장군이었다 한다.


고창 읍내로 가서 러시아산 생태찌게를 먹었다. 1인분에 11,000원 한다. 여전히 교통은 정체. 허리가 아픈 그리미를 생각해서 여관에서 잠시 쉬다 가기로 했다.


11시 반 현재 부안 주차장 휴게소에서 쉬고 있다. 고창읍성 앞의 탑호텔에서 이만원을 주고 세 시간을 자고 9시에 나왔는데도 교통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한 시간 반 동안 책을 읽다가 졸다가 했다. 우리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잠들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 시간 새벽 두 시. 군산휴게소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수많은 주유 차량들 때문에 막혀 있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어렵게 가스를 넣고 다시 출발.


현재 시간 오전 3시. 홍성휴게소. 이어서 화성 휴게소. 교통은 풀렸지만 도저히 졸려서 못가겠다. 한 시간 이상을 쉬다가 다시 출발. 오전 7시 17분 집에 돌아오다. 여행도 고행이었고, 앞으로도 고행을 예상한다.


다시는 축제장은 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