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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한계령 휴게소_200209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대보름도 있고 지난 번에 한 약식이 워낙 맛이 좋아서, 그런데도 우리 둘은 한 조각 밖에는 먹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약식 재료인 밤과 대추를 사러 부천시장에 다녀오기로 계획했었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그리미가 눈구경을 가고 싶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뒤엎고 우주신과 함께 셋이서 오후 2시에 한계령 휴게소를 향해 출발했다. 다행이 길은 밀리지 않는다. 가평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가스를 넣고 나서 그대로 휴게소까지 달렸더니 오후 5시에 도착했다.


날이 좋았으나 바람은 차다. 아무런 장비도 걸치지 않고 대청봉으로 향하는 산길을 올랐다. 상황이 어떤지 보기 위해 앞서서 걸었고 올라가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리미에게 어서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치고 눈을 밟으며 설악산을 올랐다. 지친 사람들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으며 다가온다. 


좀 더 가도 되겠지만 내려올 때 문제가 될 것같은 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충분히 아름다운 설악산을 보았다. 그리미와 우주신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다. 조심조심 다시 내려간다. 오후 6시가 되었는데도 해는 지지 않았다. 올라오다가 눈길에 살짝 허리가 삐끗한 바람에 더 이상 올라오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되돌아 내려간다. 차가운 바람에 귀때기가 얼어 터질 듯아프다.


열나게 기념 사진을 찍고, 마치 대청봉을 완주하고 돌아온 등산객처럼 한계령 휴게소 주변을 빙빙 돌았다. 휴게소 호떡은 이미 다 팔려서 군것질도 하지 못하고 다시 차를 돌려 장수대 휴게소로 내려왔다. 길가에는 배고픈 멧돼지가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다. 아직도 해가 지지 않고 노을이 살짝 지고 있다. 10분간 화장실도 다녀오고 충분히 장수대를 즐기다가 다시 차에 오른다.


옹심이 집에서 옹심이와 감자전으로 동동주 한 병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9시가 넘은 시간에 감자 튀김을 사서 소맥 한 잔으로 못 마신 동동주를 대신한다. 눈과 설악산과 멧돼지와 장수대를 30분 구경하고 6시간을 차로 이동한 하루였다. 사는 것이 이렇고 여행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