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신은 여전히 농사일에 참여하지 않는다. 몇 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했고, 어제 밤에 잠들 때도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했건만 7시가 다 되어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미는 14일(화)에 출근했다가 참깨 벤 것을 묶어놓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자꾸 내려가자 한다. 저녁을 먹고 농원으로 내려왔다. 날도 시원하고 길도 밀리지 않아 좋았다. 처가 통닭집에서 한 마리에 22,000원 하는 통닭을 사 가지고. 날이 더워서 닭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한다. 집앞까지 배달을 해 주는 정성을 보여서 고맙게 먹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12일)에 사촌 누나가 아버지 입으시라고 인견으로 직접 재단해서 지은 여름옷을 가지고 내려오셨다. 그것만 해도 고마운데, 처가 농활단이 베어 놓고 놀러 가느라 묶어놓지 않은 참깨단까지 묶고 옮기고 일을 많이 해 놓았다. 허리 아픈 두 할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일을 한 모양이다. 목동에 계신 큰아버지 옷도 지으셨다 하니 더욱 고마운 일이다.
동생이 월요일에 내려와서 어머니를 도와 들깨밭에 거름을 주었다고 한다. 소주 한 잔 하고 잠을 잔 다음에 아침 7시에 간신히 눈을 뜨고, 김장용 채소밭을 정리하러 나갔다. 어머니께서 동생과 함께 퇴비를 듬뿍뿌리고 반장에게 을 갈아달라고 하셨는지 새벽 6시부터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그리미는 그 소리에 잠을 깨어 일 나갈 준비를 하지만 나는 눈알이 까칠하여 더 누워 있다가 7시 근방에 간신히 일어났다. 우주신은 그런 소동 속에서도 일어나지 않고 잠을 계속 잤다. 공부를 하려면 육체 노동, 특히 농업 노동의 고단함을 알아야 한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평생을 살면 세상 밖에서 훨씬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의 기쁨이다. 진정한 생산의 기쁨,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을 알아야 한다.
반장이 후다닥 멋지게 이랑을 만들어 놓고 갔다. 관리기로 비닐을 씌워야겠지만 육십평 남짓 되는 작은 밭이니 그냥 손으로 씌우기로 했다. 모두 11개의 이랑인데, 내가 비닐을 씌워가면 그리미와 어머니가 흙으로 마감을 하는 방식으로 일하기로 했다. 다섯 이랑까지는 날이 시원하여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여덟시가 넘어가자 해가 높이 뜬다. 뜨겁다. 어머니는 지쳐서 이랑에 주져 앉으시고 그리미는 모자 아래로 얼굴이 시뻘겋게 부었다. 거참, 무서운 일이다. 나머지 여섯 개의 이랑도 휘청휘청 마무리를 했다. 얼굴은 햇살에 익고 몸은 추우축 늘어졌지만 마음만은 상쾌하다.
부천의 일정을 소화하고 17일(금) 오전에 헤르메스를 타고 마음이 주차장으로 달린다. 새로 구입한 배터리와 충전기가 제법 묵직해서 좋은 성능을 기대한다. 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이 맑아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포천에서 이모 내외가 내려와 계셔서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집 짓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모집이 완공되고 나면 우리 밭에다 집을 지어 매각을 하든 우리가 내려와 살든 하는 것이 좋겠단다. 현금을 몽땅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6시가 넘어서 예초기를 메고 밭으로 갔다. 두 달 이상 베지 않은 밭가의 풀들이 장난이 아니다. 새로 교체한 예초기 날로도 풀이 억세어 잘 베어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는 이기지 못하여 풀들의 기세가 많이 꺽였다. 다음 주면 처서가 되니 더 이상 크지 못할 것이다. 밭둑 한 번, 논둑과 마당 두 번을 베고 나면 금년도 풀베기는 끝날 것이다. 예초기가 고장 없이 잘 작동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 8시에 작업이 끝났는데, 해는 완전히 지고 깜깜한 가운데서 이십 여 분을 일해야 했다. 다 못 끝낸 일은 내일 새벽에 마저 하기로 한다.
18일 토요일 새벽에는 일어나지 못했다. 9시에 공연장으로 가야 해서 7시 반부터 일어나서 행장을 차려야했다. 30분만 일찍 일어났어도 참깨를 마저 벨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음성군 충도리의 여주 조롱박 축제장의 식전 공연을 어우리패에서 맡았다. 우리 공연에 이어 춤공연 두 개가 이어졌는데, 전통 무용치고는 제법 속도감이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자전거복을 빌려서 지지대 쉼터로 갔다. 토요일이어서인지 주차장이 꽉 찼다. 한 시간이 넘도록 책을 읽으며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당대표 선거를 위한 대의원들이 이동을 하다가 내가 쉬고 있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왔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게 미안했는지 함께 식사를 하자며 한솥 도시락 하나와 음료수 한 통을 내민다. 안그래도 공연장에서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해 배가 고팠는데 고맙게 받아서 잘 먹었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이번에는 부부가 개를 데리고 정자에 쉬러 왔다. 역시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게 양해를 구하였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정자인데, 내가 주인이 된 느낌이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눠 주어서 디저트를 해결했다. 고맙게도 책을 읽느라 주차공간이 난 것을 모르고 있는 나에게 자리가 비었다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더욱 고마운 일이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마음이를 주차하고 헤르메스를 타고 부천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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