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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2_권정생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2

권정생

도모꼬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2학년인 도모꼬
1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 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는 나중에 정생이한테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 집 옆 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도모꼬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 생겨 싫어요!

50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꼬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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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통쾌한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시다.
고진하의 이야기를 읽다가 발견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에 대한 통쾌하고도 소심한 50년에 걸친 복수다.

천국에서는 더 이상 미움이 없기를.
그러고보니 권정생의 유언장을 읽고 유언장을 작성했고,
권정생의 복수를 읽으며 통쾌해 한다.

가난한 종지기로서 그는 존재했다가 저 세상으로 옮겨갔다.
웃겨주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