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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크게 당하고 가족이 되면 편안한 인도를 만날 수 있다_명랑소녀 인도를 삼키다_180823 취띠예르그 Четверг

이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끊임없이 옛날 생각이 난다. 제대를 하고 군에서 사귄 친구들을 찾아 다녔다. 특히 두 명의 친구는 정말 최선을 다해 나를 환영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이 답방 형식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사는 것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그래서 정말 어이없게도 그들을 환영해 주지 못했다. 지금도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내가 받았던 환대를 되갚을 수 있을까. 사량도의 광주와 광주의 상훈형 모습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3월 12일 밤 10시. 만약 그 택시가 아니라 다른 택시를 탔었다면? (중략) 며칠 전 나는 알리네 사무실에서 인도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낯익은 얼굴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한참 동안 그간 만난 인연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중략) 흘끔흘끔 날 보던 택시기사도 순간 기억이 났는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중략) 그 늦은 시간에 무엇이든 다 도와주겠다는 눈빛으로 호텔마다 배낭 들어주며 따라와준 그가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팁도 줬는데! 알고 보면 호텔마다 따라와 우리가 방을 보러 간 사이 '쟤네, 우리가 낚았으니 숙박비 한 300달러 불러봐' 라고 말한 것이 그 놈이 아닌가.


(중략) 마미는 우리 때문에 더 많은 밥과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거실에서 주무시지 않아도 될 텐데. 심부름도 섀비나가 다도맡아 했거나 마미가 직접 하셨을 테고, 매일 인사하던 윗집총각도 자신의 결혼식에 우리 초대할 일을 없었겠지. (중략) 내가 모기에 물려서 다리를 벅벅 긁고 있다고 해서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 미안해 하면서 모기장을 직접 쳐줬을까? 잠자기 전 어느 누가 우리에게 방 불을 꺼주며 good night my daughters이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겠어? 망할 택시." (244~6쪽)


푸쉬카르 호수가 아름답다고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가면 안된단다. 물은 탁하고 이렇다 할 볼 거리도 없어서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있지는 않다고 한다. 해 지는 석양을 카메라에 담으면 근사하고, 가트에 앉아 명상을 하면 좋다고 한다. 소녀의 이야기 중에서 브라흐마의 무기가 꽃잎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꽃과 관련된 가장 인상깊은 말이다.


 "보석같은 호수를 품고 있는 작은 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푸쉬카르. 유일하게 창조주인 브라흐마를 모시는 사원이 있는 곳이며, 저 호수가 바로 신과 악마의 전쟁 때 브라흐마의 무기였던 천상의 꽃잎이 떨어진 자리다. 또한 힌두교 성지로 꼽히는 곳이라 육식을 금해, 우리가 좋아하는 버터치킨은커녕 계란도 볼수 없다. (중략)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드는 자이푸르 가트에서는 나무 아래에서 일일 연주회가 열린다.(중략) 고기를 못 먹으니까 힘들다고 (중략 / 기차역이 있는 아지메르로) 가는 길에 역 건너에 식당이 있어서 오랜만에 '육식' 양고기와 치킨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173~192쪽)


책 속에 숨겨진 반전을 공개하는 것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으니 이렇게 전재한다. 희생제물. 아브라함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아버지가 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식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다.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리 나라에서 돼지머리가 여전히 유효한 희생제물이듯이 무슬림들에게 어린 양은 여전히 중요한 제물인 모양이다. 신이든 인간이든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제사라는 형식을 통해 실제로 보여줘야 보답을 한다는 믿음은, 사람이 만든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


 "모두 다 집을 나와 어디론가 향했는데, 그곳은 바라나시 골목길보다도 좁고 복잡했다. (중략) 거기가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그냥 같이 둘러서서 염소 구경을 했다. 오호- 그 놈 참, 성격 좋구먼. (중략) 섀비나가 어떤 애가 좋은 것 같냐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귀염둥이 염소를 가리키며 "쟤!" 하자 섀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중략) 모두의 이야기가 끝난 후, 귀염둥이 아기염소는 바로 우리가 보는 앞에서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몇 봉지에 나뉘어 담겨진 '고기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중략) 이건, 하나의 의식이야. 액땜? 혹은 앞으로 더 잘 되길 기도하며 바치는 제물 같은 것. (중략) 길을 되돌아가면서 보니 구걸하는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 사람들에게 염소 고기가 담긴 봉지를 하나씩 나눠주며 가는데 나중엔 더 이상 나눠줄 고기가 없는 걸 알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으니,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한 것이다." ( 271~3쪽)


재미있게 잘 읽었다. 명랑 쾌활하게 잘 썼다. 인도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고, 크게 한 번 당하고 나서 그와 다투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서 가족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편안한 인도를 만날 수 있었다.


- 명랑소녀, 인도를 삼키다 / 에이지 21 / 2008년 1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