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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예초기 시동 걸리는 것만도 기쁘다_180718 쓰리다 среда

어머니는 벌써 참깨밭에서 일을 하고 오셨다. 커피에 빵으로 식사를 떼우고 예초기를 매고 논으로 갔다. 이삭 거름을 주어야 하는데, 풀이 너무 많이 자라 있어서 선작업을 해야 했다. 윗논들은 벌겋게 제초제를 맞았다. 예초기 시동이 잘 걸린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예초기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과열이 되면 시동이 꺼진다. rpm을 최소로 낮춰서 슬슬 작업을 하니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30분 정도 작업하고 10분 정도 그늘에서 엔진을 식히면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작업이 된다. 


중간에 아버지께서 물을 가지고 오셨다. 대충 일을 끝내고 들어가려 했으나 갈증도 해소 되었으니 한 시간은 더 일할 수 있겠다. 오전 8시부터 11시 반까지 일했다. 들깨 모종을 심는 일은 90분만 해도 힘이 들어 못하겠는데, 예초기 작업은 3시간 반을 땡볕에서 일을 해도 그 일보다 힘이 덜 든다.


쉬는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었다. 아름다웠다. 오랜 방황 끝에 아내에게 돌아온 그는 기나긴 삶의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죽었다. 우리는 기나긴 삶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주말에 대학생 봉사단이 우리 동네를 방문한다고 한다. 4명의 학생을 요청했다. 예초기로 작업하고 나면 손으로 마무리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젊은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끝낼 수 있으리라. 주말에 오는 것이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일할 수 없어서 아쉽다.


5시 20분 드바쨔찌 двадцать에 논으로 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일이 남아 있어서 오늘 중으로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루만에 논둑을 베어 본 적이 없다. 예초기가 열을 받지 않도록 적절하게 푹 쉬어 가면서 일을 했는데도 제법 많이 했다. 한 30분 정도의 일이 남았는데,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밀려온다. 8시 10분이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향악당으로 가서 장구 공연 연습을 했다. 3년 째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습을 하는데도 실수가 계속된다. 그러려니 한다. 좋은 아침 도브라예 우뜨라 доброе утро이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