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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겨울 남경여행] 행복을 받고 달을 얻는 곳으로_161228~29

여행가방 하나는 10kg이 안되는데, 옷을 싼 가방이 20kg이 넘는다. 햇반과 양갱 등 비상식량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무겁다. 기차와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니 가방이 가벼우면 좋겠는데, 갈아입을 겨울옷을 여벌로 준비하니 매우 무겁다. 내 옷은, 속옷과 양말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싸지 말라고 했는데, 여벌을 싼 모양이다. 옷은 한 벌이면 충분하고 필요하면 저녁에 빨아 아침에 입으면 되는데. 그리미의 준비성이 가방 무게를 늘린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 미리 준비해 둔 것들이라 쉽게 출력할 수 있을줄 알았더니 내용을 살피다가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손을 보며 준비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전체 여행 루트를 손보았기 때문에 수정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영어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하기 때문에 중국어로 된 각종 예약확인서를 준비한 것도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프린터의 잉크가 바닥이 났다. 마지막까지 수정하고 있던 일정표는 글자색을 파란색으로 바꿔서 컬러로 인쇄를 해야 했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준비에 관한 글 하나 : 저렴한 해외여행, 중국여행을 준비하며







 

일기예보가 정확해서 새벽에 눈이 내렸다. 출근 시간이라 택시를 부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차를 가지고 소사역까지 짐을 운반하기로 했다. 길이 많이 밀린다. 소사구청 위쪽으로 차를 돌리지 않았으면 아마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짐을 내리고 다시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두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더욱 밀린다. 8시 반에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했는데, 8시 15분차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잠깐 기다리니 15분 차가 와서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 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서 공항버스 안에서 토스트를 먹는데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절반도 먹지 못하고 다시 포장해서 넣었다. 다시는 버스 안에서 토스트는 먹지 말자. 양갱이나 과자로 빈속을 달래자. 출국 수속을 마치고 11시 반에 게이트 앞에 도착했으니 공항에 도착해서 거의 두시간이나 걸렸다. 비행기가 한 시간이 지연되었다. 13시 15분에 남경공항에 도착했을 비행기가 1시 18분에 인천공항에서 이륙한다.

 

동방항공의 중국 사람들은 온몸에 상품을 두르고 탑승했다. 화물로 부친 것도 많던데, 기내까지 잔뜩 짊어지고 들어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는 좌석 위 사물함에 배낭을 넣을 수 없어서 좌석 아래에 집어넣어야 했다. 그래도 고맙다. 한국상품을 이렇게 열심히 사 주었으니 말이다. 이륙하는 비행기가 좌우로 요동친다. 불안하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 기류도 장난이 아니다. 식사를 나눠주는데도 비행기는 심하게 흔들린다. 밥 먹자. 21만원 주고 산 비행기에서 밥까지 주니 고맙다. 안남미에 감자, 닭찜, 빵과 오렌지다. 충분하다. 한국인 승무원 한 명과 여러 명의 중국 승무원들이 있는데, 역시 한국 사람이 친절하다. 이야기를 나누기가 편하다.





 

난징루커우공항(南京禄口国际机场 Nánjīng Lùkǒu Guójì Jīchǎng). 루커우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다음 중국어 사전을 찾아 보았더니 禄 lu는 관료의 봉급이라는 뜻이 첫번째이고, 복이나 행복이라는 뜻이 있었다. 공식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행복의 입구, 복을 받는 곳이라는 뜻이 아닐까. 뜻 참 좋다.


공항은 매우 넓고도 한산하다. 물 흐르듯이 입국수속이 이루어졌고, 공안들은 경직되지도 까다로움을 피우지도 않는다. 짐이 다소 늦게 나온 것 말고는 편안하다. 3번 게이트로 나가니 버스 매표소가 있고 1인당 20위안이다. 10위안 표 두 개를 호치키스로 찍어서 사용하고 있다. 알뜰한 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버스는 낡은 듯하지만 깔끔하다. 도로도 잘 닦여 있어서 호텔 근처의 시안먼까지 금방 도착했다. 한 정거장이지만 거리가 꽤 되어서 부킹닷컴의 구글지도 안내에 따라 47路 lu 버스를 탔다. 직진해야 하는데, 좌회전을 해 버린다. 58路와 40 버스는 직진해서 호텔 앞에 내려 준다. 나중에 보니 한참을 돌아서 호텔 건너편에 47가 섰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틀렸다. 이런 정보는 어떻게 수집해서 제공하는지 참 궁금하다. 10위안을 버스비로 냈더니 거스름돈이 없단다. 앞에 앉은 할머니에게 보여 줬더니 5위안 두 장으로 바꿔 주신다. 인당 2위안이니 1위안이 부족하다. 기사가 5위안만 내라고 한다. 1콰이(180원)의 해프닝이, 잘못 탄 버스의 실수를 만회하고, 여행기분을 확 살려냈다.





 

호텔까지 걷는 동안 걱정과 달리 춥지 않았다. 비행기를 내릴 때 영상 6도였으니, 지금은 기온이 많이 떨어졌을텐데도 걸을 만하다. 오면서 차창밖을 보니 파란 잔듸가 그대로 살아있다. 영하로 잠깐 내려 가기는 하지만 대체로 견딜만한 추위인 모양이다. 지난번 북경의 타이위에 호텔에서는 말도 잘 안통하고 예약도 잘못되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샨슈이 다쥬디안(山水大酒店 Shanshui dajiǔdiàn)은 매우 원활하다. 별도의 보증금 없이 바로 체크인이 되었고, 주숙등기를 위한 서명도 받아둔다. 방이 금연실이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예약확인서를 보여주면서 금연실을 예약했으니 방을 바꿔 달라고 했더니 지배인과 상의해서 바로 교체해 준다. 1박에 10만원 정도인 가족실이라서 매우 만족스러웠고, 2개의 침실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주신이 신났다.

 

전화는 로밍으로 쓰고, 데이터는 심카드에서 한 달 동안 1기가 사용 가능한 유심카드를 16,500원에 샀다. 사흘 전에 G마켓에서 16,500원에 구입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칩을 받았다. 난징공항에 도착해서 우주신이 데이터 접속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경로 설정을 내려받아 설치했더니 데이터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로써 여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달을 얻는 곳이라. 낭만적이다. 소리글자의 편리함과 뜻글자의 깊은 의미를 두루 누릴 수 있는 것이 우리 말과 글이다. 어렵지만 우리의 문화로서 한자를 배운다면 지식의 재미와 깊이가 더 크고 깊어질텐데. 그렇게 많이 배울 것도 없다. 70년대 중학교 수준의 한자만이라도 배운다면 말이다.




 

호텔 프런트에서 푸즈먀오(夫子庙 fūzǐ miào)에 간다고 하니 못 알아 듣는다. 'Confucious Temple'이라고 했더니 알아 듣는 것을 보면 성조 때문에 못알아 듣는 모양이다. 내 한자 '聖(圣 shèng)'을 번체로 써 주니 못 읽기에 "셩"이라고 발음해 주었더니 발음이 틀렸다며 몇 차례 교정을 해 주는데 차이를 모르겠다. 매니저가 교통수단을 묻기에 버스라고 했더니 잔돈이 필요하다면서 지폐를 달라고 하더니 동전과 5원 지폐로 6원을 만들어 준다. 버스 정류장의 위치와 번호, 4정거장을 가면 된다는 것까지 알려준다. 말이 잘 통하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태도조차 부드럽게 느껴진다.

 

알려준 40路 버스가 왔는데 정류장에 들어오지를 않고 차도에서 사람들을 내려주더니 한 사람 태우고 휘익 가버린다. 우리는 멍때린다. 10분을 더 기다리고 있자니 추위가 느껴진다. 퇴근 시간일지 길이 많이 밀려있어 정류소 근방에서는 버스가 1차선에 있든 3차선에 있든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알았다. 어이없게 한 대를 놓치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서 두 번째 40路 버스가 이번에는 두 대가 동시에 도착한다. 허걱. 뒤차가 한산해 보이는데, 혹시 하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타는 앞차를 따라서 탔더니 만원이다. 뒷차는 여유있고 밝은 모습으로 푸즈먀오까지 우리를 따라온다. 흠, 센스가 필요해.






 

쌀쌀하지만 걸을만하다. 장갑은 끼고 모자를 쓰지 않은 것은 실수다. 야경을 보러 나올 때 모자는 꼭 챙기자. 그래도 엄동설한이다. 내일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오후에 입장하기 위해 공자 문화관은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게다리살 튀김과 매화병을 사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맛있었다. 과거 시험장도 보고 다리도 보고, 가게도 보면서 지나갔다. 오카리나를 파는 가게에서는 일본노래가 흘러 나왔다. 일본이 오카리나 인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사고 싶었는데, 일단 참았다. 우리돈 36,000원인데 음질을 확인해 볼까 하다가 참았다. 내일 다시 가게 되면 물어보자.

 

푸드코트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면서 음식을 살펴 보았다. 볶음밥, 볶음국수, 군만두, 동파육 4종류를 받아 먹었는데, 80콰이(14,400원)이다. 볶음밥은 준비해 간 볶은 고추장이나 동파육의 간장에 비벼서 먹으니 먹을만했다. 동파육도 비계 부분의 물컹하고 기름진 느낌을 제외하고는 간장 조림 족발맛이라 먹을만했다. 볶음면은 샹차이가 매우 강하기는 했으나 무난했다. 군만두는 만두피는 기름에 튀긴 밀가루맛이라 느끼하지만 그런데로 고소하고, 만두소는 야채 위주로 되어 있어서 괜찮았다. 양이 좀 많은 느낌이어서 내가 두 개를 먹고 우주신과 그리미가 하나씩 먹었다.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먹어서 속이 편안하다. 그리미도 소화제를 먹지 않고 넘겼으니 그런데로 첫 현지 식사를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홍차 한 잔을 마셨더니 속이 훨씬 개운하다. 넓직한 침대가 유혹하지만 내일 일정을 의논하고 하루 일기를 쓰느라 책상을 이용했다. 의자가 참 편안하다.







중국은 16억 인구와 만리장성의 나라이지만 강희제의 이 말이 가슴에 남는다. 위대한 인간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큰 나라를 부러워하지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한 나라가 전한과 후한을 합쳐 400년을 이어갔고, 주나라가 800년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후 중국에서 300년을 넘긴 왕조는 없다.


"진대에 장성을 쌓기 시작한 이래 한 당 송 역시 항상 장성을 수리하였는데, 그렇다면 당시 변방의 환란이 없었는가? ...... 나라를 지키는 도는 오직 덕을 쌓고 백성을 평안케 하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도다. 민심이 기뻐하면 나라의 근본을 얻게 될 것이니 변방이 절로 굳건하게 될 것이다." 


- 13쪽 / 중국여행지 50 / 조창완 하경미 지음 /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