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겨울 남경여행] 인재는 시민을 위해 살아야_161230

새벽에 잠을 깨었지만 눈을 감고 뒤척였다. 더 자야 하는데 깊이 잠은 들지 않고, 살짝 잠들었다가 코를 골면서 바로 잠이 깨버린다. 춥다. 난방이 꺼진 모양이다.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할까를 ∥:  고민하다 자다 깨다 :∥아침을 먹으러 깨끗한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여러 가지 차려져 있었지만 특별하지는 않다. 볶음밥과 양상추로 기본 배를 채웠고, 튀긴 도넛은 맛이 담백하여 좋았다. 오리 국물인지 쇠고기 국물인지 모를 진한 커피색 육수에 국수를 말아 먹어 보았는데, 다 먹지를 못했다. 딱히 나쁘지는 않았지만 한 그릇을 다 비울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양도 엄청나게 많이 준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커피였다. 커피향을 느끼기에는 한참이나 먼 커피였다.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어서 커피형 음료라 생각하고 마셨다. 괜찮았다. 수박과 요구르트로 후식을 끝내고 나니 9시가 넘었다.




총독부 가는 길, 아저씨들이 새를 팔고 있다. 

나무 가지에 걸린 예쁜 새들의 울음소리는 청아하고, 

안개 낀 길 위의 아저씨들 이야기 소리에는 담배연기가 배어있다.






 

100위안권은 고액권이라 위폐와 바꿔치기 당할 수도 있다고 해서 300위안을 20, 10위안 지폐로 바꾸고, 5위안 지폐도 4장을 바꿨다. 결국 이 말은 그리 신뢰할만한 말이 아니거나 먼 옛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뒷골목 이상한 곳에서 통하는 말이거나. 중국사람들 수도 없이 100위안 지폐를 들고 다닌다.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같다. 








호텔 프런트에서 물었다. 

(1) 밍샤오링 : 지하철을 타라고 한다. 

(2) 장강을 보고 싶다 : 절을 하나 가르쳐 준다. 택시로 30분 정도 걸린다.  


창지앙(長江 Chángjiāng : 중국어 발음 참 웅장하다)내일 아침에 가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총독부와 밍샤오링을 다녀 오기로 했다. 쫑두푸(总督府 zǒngdūfǔ) 가는 길을 알려 주던 매니저가 길 안내를 자청한다. 길을 건너 쫑두푸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오더니 40원 표를 사라고 알려 준다. 1시간 정도 구경하고 다시 시안먼 역으로 와서 4정거장만 가면 된다고 한다. 고맙다고 하고 헤어졌다. 영어는 잘 하시는데 발음을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겠다. 마음이 편안하다. 육조박물관까지 관람할 경우에는 65위안이고 총독부만 보면 40위안이다. 그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다.

 

날이 참 포근하고 정원은 잘 꾸며져 있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신해혁명 임시정부에 이르기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가 숨가쁘게 돌아가던 곳이다. 난징 사람들의 쑨원에 대한 애정은 대단해 보였다. 우리는 역시 한 다리 건넌 사이라 쑨원이나 장졔스 보다는 잘 꾸며진 정원이 좋았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돌들을 모아다가 꾸며놓은 정원에는 거대한 호수와 아름다운 회랑까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시간이면 돌아 본다는 정원을 본 곳 또 보아가면서 두 시간이나 걸려 보았다.12시가 다 되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지하철역까지 걷는 것이 힘들었다. 마침 201번 버스가 들어 오는 것을 보니 갈 생각이 없었던 링구스 표지가 보인다. 종점이란다. 무조건 탔다. 택시는 잡히지 않고, 시간은 아까우니, 버스로 지나가면서 난징 시내를 구경하면 될 듯 했다. 생각보다 너무 깨끗한 도시여서 깜짝 놀랄 지경이다.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지만 쫓기는 느낌이 없이 매우 평화로웠다. 길거리 순찰을 다니는 공안들까지도 표정이 부드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일정을 잡았나 보다. 쫑두푸 한 곳만 해도 신해혁명, 태평천국의 난, 청제국의 유산이 사진과 기록, 그림, 건물과 정원으로 잔뜩 널려있다. 그 의미들을 되새기면서 돌든, 김밥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와서 놀이하듯 돌든 하루 온종일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중국에서 적어도 50원이 넘는 입장료를 받는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것으로 알고 충분히 시간을 내어 움직여야 할 것이다.


오늘 쫑두푸, 링구스, 밍샤오링을 보았는데, 그 중 한 곳만을 보아야 한다면 단연 쫑두푸다.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한 날에 등산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링구스가 좋다. 매화향기를 맡으며 조용히 높은 곳을 산책하고 싶다면 밍샤오링이 좋다. 뜨거운 여름 날에는 쫑두푸나 밍샤오링이 좋은데, 체력이 약하면 쫑두푸가 좋다. 쫑샨링은 다녀오지 않아서 모르겠다.

 












난징역을 비롯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역에 아주 가끔 나이 드신 분들이나 아이를 안은 엄마가 구걸하는 경우는 있어도 노숙자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단속하여 노숙자 시설로 보내는지는 알 수 없으나 농민과 노동자의 나라에 걸맞게 그런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관료든 자본가든 사회에 의해서 키워진 인재들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자기 권력이 곧 책임이자 소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드글거렸기 때문에 강대했던 청제국은 멸망했다. 귀족들은 대접받고 잘 살았지만,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침략을 받은 시민들은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나라 잃은 죄 때문에. 


그중 최악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학살이다. 아직도 일본 사람들은 그들의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는 것을 무슨 큰 자랑으로 여긴다. 어제(1월 13일) 윤병세라는 무슨 외교부 장관인가 하는 사람이 국정감사에 나와서 "우리가 뭐 일본으로부터 독일과 같은 반성과 사죄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정신 나간 사람이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동일한 인격체로서 분명하게 요구한다. 일본은 독일 이상의 반성과 사죄가 필요하다. 피폭으로 패망한 것을 무기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라. 그렇지 않고서는 일본의 정신이 바로 설 수가 없다.


쑨원의 말이 생각난다. 온 세상이 시민의 것이니, 천하의 인재들은 모두 시민을 위해 살아야 한다. 天下爲公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오는데, 너무 마음이 편안하다. 일단 버스 요금이 2콰이(360원)으로 저렴하고, 버스들이 전기버스, 디젤버스, 천연가스 버스 등 다양해서 신문물을 보는 느낌이고, 버스 내부에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앉아서 창밖을 볼 수 있어서다. 링쿠스로 올라오는 가로수 길은 관광차를 타고 호젓한 여행을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갈 때도 산길을 돌아 돌아 내려가니 정말 버스를 타기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되어버린 중국사람들은 느낄 수 없겠지만, 비교가 가능한 나로서는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밍샤오링과 링쿠스를 합해서 100위안이라고 한다. 끊었다. 입장하기 전에 가판대에서 군것질 거리를 파는데, 우선 어묵을 먹어 보기로 했다. 묘한 향이기는 하지만 먹을 만 했는데, 그리미는 한 번 먹어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큰일이구만. 중국 사람들도 매우 좋아하는 옥수수도 있기에 두 개를 샀다. 그리미가 잘 먹는다. 내가 먹어 보았더니 간이 약해서 싱거운 느낌이지만 담백하다. 그리미가 두 개 전부를 다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산의 경사가 제법 있으니, 에너지가 필요했다. 아, 어묵맛은 참 좋았다. 따끈한 국물도 한국과는 다른 맛이지만 두 번이나 퍼서 먹을 정도로 좋았다. 우주신도 그런대로 잘 먹는다.


이 짐승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예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은데.










고즈넉한 산길을 이리저리 산책했다. 꽃이 없어서 특별히 아름답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조용히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없어서 한결 공기도 좋았다. 저 멀리 링구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되돌아 나왔다. 산길로 내려오는데, 길가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우리가 산책하는 길을 깨끗이 정리해 주시느라 힘드신 모양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지저분한 쓰레기는 별로 없었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시간을 세 개 꺼내서 드렸더니 매우 좋아 하신다. 한 번 웃으셨으니 그만큼 힘을 얻으셨을 것이다.


링구스를 다 내려오고 나서부터 하루의 피로가 쫘악 밀려온다. 벌써 만보 이상을 걸었다. 새로 산 예쁜 신발에 엄지 발가락이 걸린다며 그리미는 매우 힘겨워한다. 새 신발인데, 비록 LG 할인점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쇼핑에 실패한 적은 없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신뢰감을 잃고 만다. 이 신발은 여행 내내 말썽을 일으켜 그리미의 엄지 발가락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고, 황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맞은 비에 본드가 떨어지면서 빗물이 줄줄 새어 들어왔다. 아, 정말로 슬픈 일이다.





국공합작이 깨어지면서 내전기간동안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위령탑을 겸하고 있는 거대한 탑이다. 중국인들의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탑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난징의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아 올라가는 수고로움에 비해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올라가지 않았다. 이미 1만보 이상을 걸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링구타를 바라보며 조용한 벤치에 앉아 준비해 간 빵과 양갱과 커피와 율무차로 점심 요기를 한다. 햇살이 따뜻한데다 바람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추위를 피해 잘 내려왔다.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아시아 지역이 이상 고온이라 모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가 귀국하는 날부터 다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다고 한다. 어찌보면 잘 된 일이다. 이곳 난징, 황산, 샹하이, 항저우, 쑤저우 지역은 제주도 서귀포의 날씨와 비슷하다. 바람만 잔잔할 뿐. 그러니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면 여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겉옷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날씨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다만, 파란 하늘이 참으로 그립다. 







밍샤오링은 애플지도의 안내에 따라 버스를 갈아타고 가면 된단다. 걷기가 싫으니 당연히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전기관광차는 좋은데, 찬 바람 맞으며 달리는 것이 싫어서 시내를 돌아가는 것으로 했다. 사람사는 구경도 해야 하니까. 시원하게 칭따오(15위안)와 레드불(15위안) 한 캔씩을 사서 나눠 마셨다. 맥주가 맛있다고 전원 공감.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충분히 쉬었는데도 저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그래도 갈 수 있었던 것은 길 양쪽으로 심어져 있는 매화나무의 향기 때문이었다. 힘이 난다. 아, 너무 멀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회색빛이다. 





이 꽃이 매화인지는 모르겠다. 겨울에 핀 꽃이니 매화 아니면 동백이리라 생각해서 쓴 것이다. 이번에 처음 배운 구글 이미지 검색을 이용해 보았다. branch 가지란다. 실패.




밍샤오링과 쫑샨링은 먼피아오(门票 ménpiào)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 조금 더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때 우리는 밍샤오링을 선택했다. 천재가 4년 전에 난징의 근사한 하늘과 경치를 봤다는 곳인데, 우리는 실패했다. 그래도 좋았다. 쫑샨링은 무료라고 하는데, 이렇게 입장하면 결국 돈을 받는 것 아닐까. 따로 문이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거리가 꽤 되니까. 어쨌든 임시정부 총통으로 황제와 같은 대접을 받는 쑨원에 비하면, 효창공원에 모셔진 김구 주석은 왠지 쓸쓸하다. 그나마 개발하려고 자꾸 잠식하고 있으니, 민족의식이 이나마 보존되는 것이 대단할 뿐이다.


어렵게 어렵게 구경을 끝내고, 극기훈련을 잘 해 냈다는 심정으로 다시 버스와 택시를 타고 난징후처쩐으로 갔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도착. 택시에서 내려 Ctrip으로 예약한 표를 찾는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말도 안통하지 간체 표기는 뜻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지. 창구를 세 번째 옮겨서야 간신히 표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기차역들도 예매표 찾는 곳이 전부 다 달랐다. 이곳 난징역은 이렇게 쓰인 창구(3~4개 된다)에서 찾을 수 있다. 커다란 매표 글자 및의 작은 글자가 중요하다. "4일내 차표 사는 곳." 이 때 제대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규모가 다른 중국에 대해서. 그러나 사람은 쓴맛을 되게 보기 전에는 쉽게 깨닫지 못한다. 




아아, 어쨌든 여행은 즐겁게 극기훈련은 강도 높게 진행된다. 아직도 해가 다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집안의 기둥인 그리미가 한마디 한다. 인터넷 보니까 라오먼뚱(老门东 lǎo mén dōng)이 멋있대. 꼭 가야 했다. 물주의 한 말씀이시니. 정말 좋았다. 아픈 다리 질질 끌며 볼 정도로. 그리고 그것이 또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