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람
무일 박인성
그저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햇살에 모든 것이 녹아 없어질 것 같아
차마 그대로 사라질 수 없다고 결기를 세울 때,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덮어도 덮어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서
고약하게 썩어가는 냄새가 천지에 가득할 때,
일어서는 등짝을 밀어올리듯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에 예쁘고 좋은 것이 그득한데도
개돼지를 부리듯 사람 위에서 즐거워 할 때,
파리떼를 날려 버리듯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말같지 않은 새빨간 말들이 난무하고,
위로하는 말조차 상처를 남길 때,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그저 바람만 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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