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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음악이야기

150초를 부드럽게 치지 못하다니_151117 C547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져 온 어우리패 장구 특별강습을 끝내기 위한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전체 10분 이내에 핵심 부분의 연주 시간은 불과 150초. 두 쪽 분량의 악보만 외워서 치면 된다. 모든 가락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비슷하게 흉내내는 데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로 연습이 되었다. 그러나 이 가락들을 연결해서 만들어진 작품을 막힘없이 부드럽게 연주하지 못한다. 굿거리 가락과 삼채 가락 두 개로 이루어져서 가락의 변동은 심하지 않는데, 비슷비슷한 것들이 연결되다 보니 자꾸만 헷갈린다. 손이 잘못 나간다. 전문연주자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 연습을 했으면 흉내는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트럭이 과속방지턱을 넘듯이 자꾸만 덜컥거린다.

 

그러다보니 하나하나의 가락도 흐트러지고, 연주하는 재미가 떨어진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장구를 두드린다. 150초의 가락을 55번째 연주하고 있는데, 완벽하지가 않다. 열 번 정도 성공한 것 같다. 80%는 성공하고, 하나하나의 가락이 맛이 나도록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나가지를 못한다. 아직까지도 가락이 몸 속을 파고들지 못했나보다. 가락의 맛은 나지 않아도 55번을 연주하는 동안 55번의 즐거움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발표일까지 앞으로 한 달 남았다.

 

장구 장단의 핵심은 강약 조절이다. 물 흐르듯 강약조절이 부드러워야 하는데, 몸에서 배어나올 정도로 손에 익어야 한다. 기덕이나 덕더와 같이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음을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어야 멋이 난다. 가락수가 많은 장단으로 넘어가면서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타악기의 특성으로 가락수가 많아지면서 최고조를 향해 치달아갈 때 냉정하게 속도를 유지하며 쳐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역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