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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발칸 크로아티아 여행

[겨울 크로아티아 여행] 우주신의 축하 여행을 준비하다_150913, 일

이번 발칸여행은 시작부터 사고다. 우주신의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여행으로 준비한 것인데, 준비 기간이 입시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과 겹쳐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어제와 오늘은 마감이 닥친 자소서를 쓰는 작업을 했는데, 그러면서 발칸 여행계획을 짜다 큰 실수를 했다.

 

우주신의 축하여행이니 그가 가고 싶어하는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발칸으로 가는 것으로 잡았었는데,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다보니 이스탄불이 아닌 비엔나를 거치게 되었다. 그런데, 양쪽 비행기를 모두 걸어놓으면서 첫날 밤의 호텔들도 예약을 해 두었는데, 서두르다가 이스탄불의 호텔을 환불 불가능 조건으로 예약한 것이었다. ㅠㅠ. 어쩔 수 없이 하루치 숙박비를 날리게 되어서 부랴부랴 Booking.com에 읍소의 편지를 띄웠다.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안되면 직접 숙소에 연락해서 5년 내에 꼭 그곳에서 숙박을 할테니 55유로에 달하는 예약비는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읍소할 계획이다. 우리는 터키와 이스탄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요구를 할 권리가 있다.


그들에게는 또한 거절할 권한이 있었다.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에 희망을 걸고, 터키여행동호회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스탄불 숙소를 양도한다는 공지를 올렸는데, 세속주의 세력이 종교주의자들에게 밀리는 바람에 터키의 정정이 매우 불안해졌다. 한국 여행객이 확 줄어버렸다. 시리아의 안타까운 소식에 이어 아름답고 흥겨웠던 터키마저 이런 지경에 빠지는 것은 너무 안타까웠다. 모든 신을 믿되, 미혹되지 말아야 한다. 덕분에 최후의 방법 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새삼 아타튀르크 케말 파샤의 혜안이 존경스럽고 그리워진다.


아, 그리고 부킹닷컴에 영어로 문의 안해도 된다. 괜히 머리 쥐어짰다.




 

항공권은 2주에 걸쳐서 why pay more를 통해서 확정했다. 이전에는 travelocity나 저가 항공사 사이트를 이용해 항공권을 검색했는데, 와이페이모어의 화면 구성이 매우 좋았다. 특히, 스톱오버를 지정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항공 일정을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의 백여 차례에 걸쳐 예약을 넣었고 문의를 했으며, 마지막 한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되었다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 2주의 시간 내내 과연 와페에서 나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을 했었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 순간에 원하는 일정의 항공 예약이 완성되었다는 답변이 날아왔다.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항공료는 110만원이며, 인천 - 북경(1박) - 비엔나(2박) - 자그레브(발칸 14박) - (비엔나 거쳐) 방콕 2박 - 인천 귀국으로 총 22일의 일정이다. 북경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30분이면 진입한다고 하니 짐 없이 하루짜리 여행을 가볍게 할 수 있을 것같고, 비엔나도 2박이면 충분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발칸에서의 15일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데, 겨울이라 마음 놓고 일정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의 경우 아예 통행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한다. 포근한 겨울을 기도할 수밖에. 추운 곳을 다 돌고 와서 방콕에서 따뜻하게 이틀을 쉰 뒤 귀국하면 겨울 여행을 잘 정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백 여 차례에 걸친 항공기 예약 과정은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거닐 꿈을 꿨다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베를린의 근사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으며,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배경으로 이스탄불의 술탄 아흐멧 거리를 유쾌한 터키인들과 활보할 것을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행 자체는 고생이다. 특히, 남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해야 하니 모든 것을 몸으로 떼워야 하는 우리는 더욱 그렇다. 오십 대로 접어든 나이도 자꾸 겁을 내게 한다. 영어도 불편하다. 이렇게 편안한 자세로 따뜻한 방에서 여행을 상상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상상을 실현하지 못하면 괴롭지만, 우리는 어쨌든 실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