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논두렁에 쳐둔 부직포를 걷는 작업을 했는데 계속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해야했다. 뒤뚱뒤뚱 쪼그려 앉아 일하다 보니 군대에서 오리걸음으로 기합받던 생각이 난다. 어깨동무까지 하고 네 명이 함께 오리걸음으로 걸으면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말려올라가는 고통이 밀려왔었지. 그 덕분인지 요즘도 오리걸음으로 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힘이 들면 언제나 일어서서 쉴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다른 곳에 쓸 일은 없지만 농사짓는데 꼭 필요한 기술과 근육이니 힘겨워 하지 말고 잘 배워둬라.
소설책을 보다가 보인 단어인데, 이미 알겠지만 네가 좋아하는 해리포터와 관련된 문장이라 한 번 적어봤다. 아는 단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읽히면 아직 머리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니 역시 즐거워 할 일이다. enchanting은 매혹적이라는 뜻. For many readers, the enchanting world of Harry Porter is difficult to leave behind.
삶은 참 매혹적인 것이고, 젊은 날의 삶은 더욱 그렇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어도 젊은이의 삶은 enchanting하며,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더다도 그렇다.
요즘 밥은 어떠냐? 잘 들어가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계란찜이었는데, 요즘도 나오냐? 잘 못하더라도 운동삼아 축구는 하고 있겠지. 승부에 너무 열중해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내 기억으로 군대에서의 부상은 90% 축구하다가 나왔다. 참 재미있는 일이지. 아, 구보는 어떠냐? 하고 나면 몸이 막 즐거워지지 않냐? 보고 싶다. 행복해라, 아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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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혁에게
벌써 네가 훈련소에 입소한 지 2주가 되었구나. 이제 9월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어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하구나. 지금 네가 하는 일이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특히 같은 훈련을 받는 전우란 아주 중요한 너의 벗이며 가장 가까운 친구이니 서로 믿고 의지하며 격려하고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50년이 지난 군생활의 친구와 지금도 전화로 서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거의 떠나버리고 2명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이야기 할 때면 먼저 간 친구들의 생생한 기억을 이야기 한단다.
너희들은 좋은 세상이니 휴대폰에 모든 것을 남기고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주고 받고 하니 얼마나 편리하고 정겨운 일이냐. 넓은 논산땅에서 호연지기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건강하게 교육받도록 하기 바란다. 다음 기회로.
할아버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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