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이야기 네 권을 읽으며, 그가 기하학을 모르는 어린 노예와 함께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해 낸다는 사실을 읽고 매우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벗어나 다시 맹자로 돌아가고 싶은데, 궁금증 때문에 다시 그의 이야기, 플라톤의 철학인지 알 수 없는 '메논'을 읽기 시작했다.
메논에는 메논과 소크라테스, 아뉘토스와 노예 아이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아뉘토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패배한 후 아테네에서 실시된 '30인 참주정치(스파르타의 지원을 받은 폭력정치)'를 종식시키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가 멜레토스를 사주하여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세웠고 사형을 당하게 한다. 소크라테스 사후 아뉘토스는, 진정한 철학자의 억울한 죽음을 뒤늦게 깨달은 분노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이 책 메논에서도 아뉘토스는 협박에 가까운 충고를 소크라테스에게 한다. 소크라테스를 사랑했던 알키비아데스를 사랑해서 질투심 때문에 소크라테스를 고소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아뉘토스와 소크라테스의 대결은 두 사람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소크라테스의 예언대로라면 그는 아마도 지독하게 일만 해야 하는 당나귀로 환생하였을 것이다.
테살리아(아이올리아라고도 불리웠으며, 마케도니아 아래에 위치한 그리스 북부지방의 한 주로 라리사가 주도다)의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메논은 스무 살이 안된 젊은 청년이다.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의 제자로서 설득력 있는 논변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고희(70세)를 바라보는 소크라테스에게 당당하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탁월함(arete)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유능한 성질을 뜻하는 아레테가 왜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중요한 개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눈으로 본다면 우수성이나 천재성, 전문성과 연결되는 단어라고 생각되는데, 책을 전부 다 읽고 정리를 하면서도 왜 이 개념에 매달려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어쨌든 소크라테스는 이 젊은이의 당당한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하면서 오히려 젊은이의 설명을 요구한다.
소크라테스는 '변명'에서 한 것처럼 검증 작업을 한다. 지혜와 진리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묻고 또 물어 정말로 그가 지혜와 진리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멀리 테살리아에서 온 당찬 젊은이, 소피스트로부터 교육받은 메논은 자신감에 넘쳐 자기주장을 당당하게 펼친다.
"소크라테스 : (탁월함이 무엇인지도 모를 뿐더러) 그걸 아는 어떤 사람도 내가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중략) 말해 보게. 아까워 말고. 내가 했던 말이 (중략) 거짓말이 되게 말일세. 자네와 고르기아스가 아는 게 명백한데도 내가 여태껏 아는 사람을 아무도 못 만났다고 말했다면 말이지. (중략)
메논 : 그야 말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중략, 남자의 탁월함은) 나랏일을 수행하는 데 능하고, 나랏일을 수행할 때 친구들은 이롭게 하되 적들은 해롭게 하며 (중략) 여자는 집안일을 돌볼 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순종하면서 가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46~47쪽)
탁월함에 대해 모른다고 했던 소크라테스는 메논이 정의한 탁월함을 매우 날카롭고도 분명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메논 스스로 탁월함의 정의를 수정하게 한다. 이런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짜증을 유발하는 것.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진실 여부를 추궁할 수 있다. 그러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추궁하면 추궁받는 사람은 짜증이 난다. 소크라테스는 의견이라 할지라도 중요한 주장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 건강의 형상은 어디에서나 동일한가? 정말 건강이 있다면, 남자에게 있든 다른 어떤 것에 있든 말일세.
메논 : 적어도 건강은 남자의 것이든 여자의 것이든 동일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중략)
소크라테스 : 그런데 탁월함에는 어떤 차이가 있게 될까? (중략) 나라든 가정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절제 있고 정의롭게 관리하지 않고서 잘 관리할 수 있겠는가?
메논 : 결코 그럴 순 없지요. (중략)
소크라테스 : (여자와 남자의 탁월함이 다르다고 설명한 메논에게 남자든 여자든 절제와 정의로 뛰어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논증한 후) 모든 사람들의 탁월함은 동일한 것이니까, 고르기아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자네가 탁월함 자체가 무엇이라고 주장하는지를 상기해서 말해 보도록 하게."(49~50쪽)
다양한 형태의 탁월함을 보여줌으로써 탁월함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려던 메논의 첫번째 설명은, 소크라테스의 질문 몇 번에 의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당당한 그는 새로운 정의를 내놓는다. 그렇지만 몇 발자국 나가지도 못한다.
"메논 :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이겠습니까? 당신께서 정말 모든 사람들에 적용되는 하나의 어떤 것을 찾고 계시다면 말씀입니다. (중략)
소크라테스 : 아이의 탁월함도 노예의 탁월함도 동일한 것인가? 아이와 노예가 가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것, 이게 그들의 탁월함인가?" (51쪽)
개념을 정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형태와 색깔을 예로 드는데, 쉬우면서도 복잡하다.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어쨌든 메논은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한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다시 한번 메논에게 탁월함의 정의를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 그와 그의 스승인 고르기아스가 안다고 했으니까.
"메논 : 훌륭한 것들을 반기고 또 힘을 갖는 것 (중략) 훌륭한 것들을 욕구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중략)
소크라테스 : 자네는 훌륭한 것들을 욕구하는 사람이 좋은 것들을 욕구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가? (중략) 모든 사람들이 좋은 것들을 욕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중략) 자넨 정말로 어떤 사람이 나쁜 것들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들을 욕구한다고 생각하는가?
메논 : 물론입니다." (58~59쪽)
책을 한 권 읽으며 하나 또는 두 개의 지혜만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럴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 가다 보면 끝도 없다. 기억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데, 불행히도 그리 오래가지도 않는다. 음, 어찌해야 하나. 끊임없는 반복으로 머릿속에 새겨지도록 하는 방법 말고는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누구도 나쁜 것,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욕구하지 않으므로 모든 사람들은 훌륭한 것들을 욕구한다고 바로 잡아준다. 모두가 훌륭한 것을 원하니 이제 메논이 내린 정의에서 남은 것은 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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