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 만에 잠실에 있는 태국음식점 살라타이에 갔다. 솜땀과 새우 볶음밥, 쇠고기 쌀국수를 먹었다. 과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맛있다 보니 참지를 못했다. 게다가 남기면 버려야 하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고, 싸 가지고 올만큼 남지도 않아서 과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창밖으로 제2롯데월드가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싱크홀이 지하철 공사의 여파라는 발표가 있었는데도, 이곳 주변의 유동인구가 아직까지도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가게들도 한가해서 잘 대접받고 왔다.
여유롭게 농원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쇠와 장구 좀 두드리다가 두 시가 되어 고추밭으로 나갔다. 고추 따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한 개 한 개 정성을 다해 따야 한다. 줄도 걸리고, 줄기도 걸리고, 잎도 걸리고, 파란 고추도 걸린다. 이런 오만 가지 걸리는 것들을 피해 기껏 땃더니 탄저병이 걸려 흐물거리거나 벌레가 먹어 버려야 할 때는 허탈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고추밭을 뒤덮고 있는 잡초들도 신경이 쓰여서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니 고추 하나 따고 풀 한 포기 뽑고 하다 보니 일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조금만 힘을 잘못 써도 파란 고추가 달린 가지가 갑자기 뚝 부러져 버린다. 수천께서는 그대로 줄 위에 걸어 놓으면 빨갛게 익을 거라 하시는데, 내 눈에는 가지가 부러진 순간부터 썩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썩기 전에 따서 채를 쳐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겨울 내내 고추를 먹을 수 있는데. 어쨌든 줄 위에 올려 놓아 보자. 고추 따다가도 부러지고, 풀 뽑다가도 부러지고, 고추 바구니 옮기다가도 부러지고. 참 다양하게도 부러진다.
해는 뜨겁고 등짝에는 열이 나면서 모기도 앵앵거리며 달려든다. 허리도 아프다. 네 바구니 고추를 따고 났더니 오후 시간이 다 갔다. 마당에 널어놓은 벼도 한 번 휘저어 놓고 샤워를 하고 나서 책상 앞에 앉았더니 금방 해가 져 버린다. 7시가 된 모양이다. 이번이 세 번째 따는 고추인데, 양이 적다보니 아무래도 김장용 고추가루는 진도 고모댁에서 모자란 것을 사와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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