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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경운기로 밭을 갈다_140407, 월

시제를 마치고 돌아오신 정농의 생신을 축하하고 무일농원으로 함께 내려왔다. 막히는 시간을 피해 내려 왔는데도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다. 날은 차가운데 햇볕이 뜨거워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경운기를 다시 가동하여 밭을 갈기 시작했다. 중심도 잘 잡히지 않고 운전하기에 힘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요령은 생기는데, 깔끔하게 갈아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무거운 트랙터가 아니라 가벼운 경운기라 밭의 흙덩이에 무리가 되지 않아 기분이 좋다. 이틀 동안 손을 보아 정상 가동한 경운기로 생애 처음으로 밭을 간다. 이 방법이 아니라면 동네 이장에게 부탁하여 트랙터로 갈아달라고 해야 한다. 훨씬 편하기는 하지만 농부가 되어서 제 밭도 갈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는 새롭게 하는 일이라 호기심 때문에 힘든 것도 모르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유있게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이 제일이다.




경운기도 제법 힘이 좋아서 조정하기 어려운 부분에 가게 되면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 온몸으로 경운기를 제압해 보지만 쉽지 않다. 가슴으로 조정을 하다가 살짝 받혔는데도 가슴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진다. 역시 무리한 힘을 가해서는 안된다. 작업하다가 기름이 떨어지는 바람에 연료 라인에 공기가 찼다. 공기를 빼느라고 연장가지러 두 번, 연료가지러 두 번 총 네 번을 왕복하고서야 다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운동하기 좋은 것이 농사일이다. 운동이라 맘먹지 않으면 이 모든 이동이 짜증을 돋구는 일이 된다. 세월아 네월아 하고 움직여야 한다. 아직 마음 수련이 덜 되어 잘 되지 않지만 말이다.

 

저녁 먹기전 6시 반이 되어서야 간신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래도 총 300평 이상은 갈았다. 처음하는 일 치고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내일은 관리기로 이랑 만들기에 도전해야 한다. 정농께서 한 쪽에서 관리기의 이랑 기계를 붙이고 계신다. 혼자서도 훌륭하게 해 내셨다. 혼자서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라 무일도 배워 두어야 한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부천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립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농부의 월요병이다. 저녁 먹고 향악단에 가서 북 실컷 두드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