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벌써 새해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도 무일은 여전히 밑바닥을 기며 머슴살이를 할 모양이다. 머슴도 상머슴이 있어 스스로 농사지을 줄 아는 머슴이 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딴 생각이 너무 많아서다.
웹서핑을 많이 하지만 농사와 관련된 정보들은 거의 보지 않았다. 작년 말에 택배비 지원에 대한 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친 것이 속이 쓰렸다. 안되겠다. 링크 전부 걸어놓고 수시로 확인하면서 상머슴으로 진화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겠다.
오랜 희망이었던 농기계 교육을 받아 보기로 했다. 작년부터 계속해서 전화로 문의는 했었으나 시점을 맞추지 못해서 받지 못한 교육이다. 금왕읍, 음성군, 충북 자치연수원의 담당자들과 십여 차례 전화를 해서 2주간에 걸친 농기계 합숙 교육을 신청했다. 신청했다고 해서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음주까지 교육대상자에 선정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홈페이지에도 모든 정보가 가지런히 올라와 있었다. 기왕이면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째서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상교육이어서 젊은 사람들 위주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흠, 동네에 농사짓는 사람이라고는 모두 나이든 사람들뿐인데도 교육을 신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삼십대가 많다고 한다. 나쁜 일은 아니다. 젊음을 바쳐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시골도 심심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는 김에 다른 교육도 받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장류식품과정이라는 이틀짜리 교육이 있다. 그래 이것도 들어보자. 4월에는 콩과 약초재배도 교육을 한다니 3월에 신청해야겠다. 장류도 좋고 효소도 좋고 약초도 좋다. 남은 인생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지식이다.
교육은 이만하면 되었다. 또 뭐 할 것 없나. 어르신들 일자리를 신청하라고 한다. 정농께 전화를 드려서 도서관 사서 도우미에 지원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농사일은 뒤로 물리시고 슬슬 쉬시면서 책이나 보시면 좋겠다.
양봉협회도 전화를 걸었다. 금년도 지원사업 중에서 화분, 소초광, 채밀기가 있어서 부탁을 드렸는데, 협회가입이 되어있지 않으면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1차년도 연회비는 20만원이고, 2차년도부터는 15만원이라고 한다. 양봉에 대해서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사일과 병행해서 일을 해야 하니 너무 힘들어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좋은 꿀과 플로폴리스, 로열제리는 시골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돈을 주고 사서 먹기에는 부담이 커서 불가능할 것이다. 어찌할까. 일단 시작해서 감당을 해 보고 도저히 안되겠으면 접을까.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으니까. 제대로 하려면 작업장도 갖추고 장비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규모로도 힘들다. 주업을 농사로 갈지 양봉으로 갈지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양봉은 지금 배워놓지 않으면 다시는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 흠.
음성군과 충북 인재양성원에서 지원하는 장학제도가 있단다. 시골에 살다 보니 이런 것도 있구나. 작년까지는 자격조건에 미달했지만 올해부터는 신청이 가능하다. 2월과 7월에 신청해서 3월에 지급된다고 한다. 다행이 천재와 우주신이 성적이 좋아서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매년 2월에는 장학금을 신청하는 것도 무일의 일이 되었다. 무일장학재단을 만들어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는 실현이 될 것이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 대한 학습지원과 정서멘토를 선발한다는 시간이 지난 공지도 있었다. 일단 전화를 걸어서 정서 멘토는 자신이 없지만 공부는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혹시 봉사자가 필요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문제는 음성군까지 나가지 않고 농원근처에서 가르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미에게 물었더니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는 무한 사랑과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가능할까. 기회가 되면 일단 시작해 보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감당해 줄 소중한 보물이다. 그들이 괴로워할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시언님과 고구마아줌마로부터 분양받은 고추도 이번에는 직접 모종을 길러 보아야겠다. 수천께서 알아서 하신다고 해서 지켜만 보았더니 무심해져서 제대로 애착이 형성되지 않는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어릴 때가 귀여운 법이고, 어린 것을 키우면서 사랑과 즐거움을 쌓아갈 것이다. 그 과정이 있어야 머슴에서 상머슴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잘하면 제대로 된 농부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겨우 이렇게 3년째의 시골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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