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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천재아들의 대학입학기_121210, 월

가슴 졸이며 지켜봤는데, 큰아들이 대학에 붙었다.


사교육 배제하고 여행과 독서로 공부했어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자랑스런 일이다.


사방에 자랑질을 했다.

모두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줘서

매우 쑥스러우면서도 기뻤다.


30년 전에 무일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이 만세를 부르시며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목표한 대학을 못갔는데도 정말 기쁘다.




그런데, 참 재미있기도 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겼다.

우리가 지원한 대학은 총 5개 대학 6개 학과로

대학서열이 높은 A에서부터 등록금이 가장 싼 E대학까지를 지원했다.


처음 A대학을 목표로 한 것은,

내신이 워낙 좋아서 학교장 추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평소에 받던 모의고사에 미치지 못한 수능 성적을 받아서

A, B, C 대학은 가지 못할 줄 알았다.

선생님들은 A대학은 갈 수 있어도 B, C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결과는 B대학만 붙고 나머지 대학은 전부 떨어졌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면,


1) D와 E대학은 합격시켜도 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예비번호 상위에 두고 불합격시켰다.


2) A대학은 생각보다 경쟁률이 더 높았다.


3) B대학은 의외로 내신, 수능, 면접을 비율대로 정확하게 반영했다.


이상의 상황에 의해 천재아들은 B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무일을 경쟁상대로 두고 공부한 아들이

간판으로 보면 무일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천재아들은 분명히 무일보다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무일은 고2때부터 과외가 폐지되는 바람에

   비록 2년이기는 하지만,

   사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공정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천재아들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사교육으로 무장한 친구들과 경쟁하여

   스스로 공부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2) 무일이 입학할 당시의 대학 정원은 지금의 두 배였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하기가 훨씬 쉬웠다.


   응시생 수는 비슷한데,

   훨씬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으니

   천재아들이 무일 보다 훌륭하게 대입 시험을 치러낸 것이다.


3) 무일은 문과로서 법대에서 상당히 많은 경쟁자들을 쓸어가버려

   비교적 쉽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천재아들은 법대가 없어진 상황에서

   정외과를 갔다고 하는 것은 최소한 두 배 이상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4) 무일은 오로지 고시공부만을 위해 목표 없이 대학을 갔다.

    참, 한심했다.

    고시에 합격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천재아들은 환경 전문 외교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천재아들의 훌륭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이 될 아들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귀에 못이 박히게 이야기했으니 이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1) 경제학과 법학을 꼭 공부할 것을 부탁한다.


   경제 활동을 잘 이해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규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이

   신뢰를 쌓아 정치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꼭 최용식 경제학을 공부하라고 부탁한다.


2) 훌륭한 스승을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스승이 없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이 없다

   존경할만한 분을 만나지 못해서 스승이 없다는 것은

   교만이다.


   스승은 꼭 찾아서 만들어야 할 존재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스승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른이든 선배든 외국인이든 고인이든

   믿고 따르고 배우고 의지할 스승을 만들어서

   삶의 지표를 세우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스승에게 의지한다는 것과 

   스승을 극복한다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3) 섬에 갇혀 있지 말고 세계로 나아가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우리 세대의 아픔을 딛고,

   저 멀리 세계를 무대로 놀고 공부하고 행동하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지금 실질적으로 섬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갇힌 사고로 좁쌀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은 슬픈 일이다.

   넓은 마음으로 크게 살기를 바란다. 


이제 막 꿈을 펼치게 될 아들이 부럽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희망을 꿈꾸고 싶다.

지금은,

돋보기 쓰고 앉아서 책이나 뒤적이며

잡문이나 쓰고 있다.


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