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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시골살이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_121113, 화

오랜 도시인으로 살다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느낀 점.


이 생각은 바뀔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1) 도시에서 영업력이 없던 사람은 시골에서도 영업력이 없다.


-> 결국 영업 잘하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영업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막상 실천을 하려고 하면,

    돈이 많이 들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뻥을 쳐야 하고 등등

    쉽지 않은 일들이 연결되어 있다.


    영업은 현대 사회에서 돈을 벌어내는 인간의 예술 활동이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2) 도시에서 일하기 싫어했던 사람은 시골에서도 일하기 싫다.


-> 결국 놀다가 남는 시간에 일하게 된다.

    도시에서도 일을 몰아치기로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시골에서는 매일 매일 꾸준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오랜 도시생활로 굳어진 몰아치기 습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떤 날은 골병 들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또 어떤 날은 일어나기도 싫어서 땡땡이를 치고.


    꾸준하게 일하는 습성을 몸에 익힌 사람이 시골에서 더 잘 살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도 사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다.

    마음만 편안하게 비우고 살면.   




3) 도시에서 컴퓨터를 갖고 놀던 사람은 시골에서도 컴퓨터 갖고 논다.


-> 직접 만나 대화하며 낄낄대는 것을 즐기지 않아서인지

    시골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소수와 대화하는 것이 더 즐겁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정말 좋다.

    술도 한 잔 걸치면 더 기분이 좋다.

    불행하게도 도시에서는 이런 자리가 너무 많다.

    도망치듯 빠지지 않는다면 일주일 내내 그러고 다녀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 문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 생활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술자리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시골 생활을 하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술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대화 상대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에서 하고 싶은 말 하며 살게 된다.

    훨씬 좋다. 

    글로써 말을 하게 되니 한 번이라도 더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페북이나 트윗터 보다는 블로그가 적성에 맞는데,

    블로그 시대가 끝나가고 있어서 아쉽다.


4) 도시에서 검소한 사람은 시골에서 더 검소해 진다.


-> 특정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돈을 쓰고 살지 않았다.

    좋아하는 취미 중에서 제일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자전거다.

    최근 10년 동안 총 5대의 자전거를 샀다.

    앞으로 10년은 이들 자전거의 수리비용만 들어가니 큰 돈은 들지 않을 것이다.

  

    외식을 즐기거나 사치품을 구입하는데도 관심이 별로 없다.

    깨끗한 음식을 먹기 위해 자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자연이 좋아 시골살이를 택했으니 도시에서 살 때도 사치품이 필요 없었다.


    시골에서는 돈 쓸 일이 더 없어지고, 그래서 더 검소해지고

    큰 돈은 더욱 필요가 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어떻게든 돈을 저축해서

    여행을 가려고 노력을 한다. 

    여행은 놀이면서 공부다.

    여행의 기쁨만은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


5) 도시에서 좋아하던 일은 시골에 와서도 여전히 좋다.


->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기 보다 빔프로젝트를 이용해서

    널브러진 자세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비오는 날, 한가한 시골의 저녁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출퇴근하며 자전거 타는 일도 도시에서와 같다.    

    출퇴근 거리가 멀고 일주일에 한 번 출퇴근 한다는 것만 다르다.


    가족과 함께 수시로 여행을 다닌다.

    자동차, 기차, 걷기 등 여러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

    외국 여행을 가고 싶으면 돈을 꾸준히 모으고,

    미리미리 서둘러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한다. 

    준비하는 시간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으므로

    준비하는 시간 내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넓은 골프연습장이 시간 제한도 없이 단돈 만원이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서 신나게 공을 치고 온다.


    좋아하는 놀이들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6)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 시골사람이라고 모두 함께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춰서 좋은 사람과 어울리게 된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친구를 사귀려고 했다.


    그런데, 같은 연배의 사람들이 없고,

    마을 청년이라는 60대들은 한가해지면 모여서 섯다판을 벌이니

    도저히 사귈 수가 없다. 

    외로운 신세다.


앞으로도 농촌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다만, 농촌이 살아나는 시나리오가 조만간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쌀 자급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중국 농산물이 중국내에서 소비되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그 때 살아남은 농부들은 도시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늘어 수출에서 내수로 방향이 돌려진 것을 볼 때,

농산물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시화와 공업화의 진전으로 조만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언제? 


농촌의 고령화로 사라지는 농부들을 보거나

현재의 중국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십 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이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고도성장을 멈추고

한국과 같은 임금 수준의 나라로 변모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을 하려면 최소한 일년에 오백만원씩 적자를 보며

십 년을 버틸 수 있는 자금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계획이 5년 이상된 것이니까,

2012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7백만원의 적자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적자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토지와 주택 등 자산가치 상승분이 이 적자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적어도 지난 20년까지는 그랬다.

물론 운영자금의 문제로 흑자도산할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앞으로의 20년은 자산가치의 상승이 아니라

하락이 올 수도 있어서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농사 기술을 보존하되 농사 규모와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생존해야 할 것이다.

좋은 공기 마시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