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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그들은 모를 것이다_121004, 수

온 동네 벼베기가 한창이다.

우리 집 앞의 논은 2천평이 넘는 큰 논이다.

여든이 훌쩍 넘으신 허리가 구부러진 어르신께서

처음 이 논을 장만하셨을 때는 5, 6개의 논으로 나뉘어져

농사짓기도 불편하고 발도 푹푹 빠지는 무논이었다.



이 논의 주인 어르신께서 삽과 곡괭이로 수년 동안에 걸쳐

이 논을 하나의 논으로 만들어 놓으셨다고 한다.


놀랍다. 역사에 결코 기록되지도 않고,

세인들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거대한 역사가

삽과 괭이로 한 삽 한 삽 이루어진 것이다.

우공이산의 이야기가 이 한적한 시골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내일(25일)이면 우리 메벼논도 벼베기를 해야 한다.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여기저기 귀퉁이를 베었다.

정농과 함께 하니 30분도 안되어서 다 베었다.


우리는 벼베기도 문제지만 그 다음이 더 큰 문제다.

혹시라도 비가 내리면 마당에 말리려고 널어 둔

벼들이 몽땅 젖어버려 또다시 며칠을 말려야 한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하니 걱정이다. 

하늘에 감사하고, 하늘에 삐지고, 하늘에 감탄한다.




심현께서 어제부터 열무를 거두시더니

다듬고 김치도 담고 해서 포장을 해 두셨다.

지난 주에 캐어서 말려둔 고구마도 따로 포장을 하셨다.


이제 이 포장된 고구마와 열무는

 

서울로 목포로 군산으로 -

친척집으로 사돈댁으로 보내질 것이다.


여러분, 고구마와 열무 다듬어 보내니 부디 맛있게 드시기를 바랍니다.




돈으로 따지면 1, 2만원에 불과한 것이니, 

받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이것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들이 힘써 온 세월들을.

 

어쨋든 우리끼리는 큰 일 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