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벼농사도 다 끝나간다.
일요일 아침에 정농께서 전화를 하셨다.
반장님이 마침 일이 없어서 오늘 우리 논 벼베기를 하겠다고 한단다.
우리 트럭 마음이를 용인에다 세워 두었으니
베어낸 벼를 옮기는 것이 문제라서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당장 내려가도 수확이 끝나고 한참 지난 후에야 도착하니
아무 도움이 안되니 어쩔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음이 찜찜했다.
29일 월요일 아침에 부지런히 청소를 해 두고 출근을 서둘렀다.
유난히 쌀쌀한 날씨였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이 정도면 근사한 자출길 -
일요일에 추수한 벼가 마당에 쫘악 펼쳐져 있다.
언뜻 눈으로 보아도 작년보다 줄어든 모습이다.
작년의 수확도 벼꽃 피는 시기에 내내 비가 와서
수확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올해는 태풍에 쓰러진 벼는 없었어도
바람을 맞은 벼들이 백수병에 걸려서
상당히 많은 양이 허옇게 말라죽어 갔다.
논을 바라보면서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들고
더이상 피해가 커지지 말게 해달라고 빌었다.
벌써 나흘 째 벼를 말리고 있다.
토요일에 내린 많은 비 때문에 바닥이 많이 젖어 있어서
벼는 쉽게 마르지 않는다.
아침 마다 서리가 내려 벼를 덮어 놓은 천막 위에는
하얗게 서리꽃이 피었다.
그 서리꽃을 걸레로 일일이 닦아내자니 한심스럽기도 했다.
이런 마음을 말씀 드렸더니 심현께서는
벼를 수확해서 말리는 중에 비가 오지 않아
올해는 호사를 누린다고 말씀하신다.
초보 농부는 조금만 힘들어도 입부터 나온다
아침에 펴고
점심때는 뒤집고
저녁에 갈무리하는
단순 노동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메벼 끝나면 다시 찰벼와 흑미.
날이 맑고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원한다.
기온이 떨어지니
긴 휴가철이 코앞이라는 생각에
기뻐서 잠이 오지 않는다.
뭐하고 놀까?
벼를 말리기 시작한지 5일 만에 벼들을 거두어 가마니에 담았다.
찰벼와 검정쌀을 수확해서 마당에 널어야 하기 때문에라도
거두어 들여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40kg 포대에 35, 6kg이 담겨지는데,
일일이 삽과 그릇으로 가마니로 옮겨 담아야 한다.
세 사람이 달려 들어서 4시간이 걸려서 간신히 담을 수 있었다.
처음 예상보다는 많게 41가마가 나왔다.
작년에 45가마니가 나왔으니까 4가마가 적은 수확이다.
그래도 흑미나 찰벼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작년과 비슷한 수확을 거둘 수 있으리라.
그러면 되었지. 무슨 큰 욕심을 내랴.
그런데, 어째서 흙에서 구린내가 나는 것일까?
분명히 시에서는 고향의 흙내음이
구수하고 향기롭다 했는데,,,
아마도 오리가 문제인 것 같다.
2013년엔 오리농법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몸으로 때우자. 향기로운 흙냄새를 맡으려면.
이렇게 계속해서 다짐하지만 검증된 오리농법을 보류하고
힘드는 인간제초농법과
겨울에 물 대고 갈지않고 옮겨심는 농법을 과연 할 수는 있을까?
찰벼와 흑미까지 벼베기 끝-
날만 좋으면 다음 주까지
벼 말리는
성미 돋우는 단순도동도 끝 -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찰벼는 반장댁 하우스로
검정쌀은 우리집 마당에 널었다가 하우스로 옮기셨다고 한다.
올해는 벼를 말리다가 비를 맞는 사태를 맞지 않아서
참 다행스런 한 해였다.
이제 도정하고
김장하고 (아, 추워)
벌 월동준비 끝내면 된다.
20일 정도의 일만 남았다.
만세!!
삼척에서 태평농법을 하시는 진선생님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올해로 3년차인데도 풀들의 번성을 이기지 못하여
결국 수확을 하지 못했다고 하신다.
참으로 안타깝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태평농법을 실천하셨건만
3년째 허탕만 치고 계신다.
아직도 미련이 있으셔서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시겠다고 한다.
진선생님의 실패와 무일이 접촉할 수 있는 3, 4분의 태평농법 농부들의 실패담을 듣고
무일농원에서는 태평농법의 시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한 두 해 수확을 망쳐도 된다고 해도
무용한 노동으로 가슴을 졸이는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선생님과는 계속해서 자연농법이나 깨끗한 농법의 정보들을 교류해 가기로 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농사지으려는 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이분과 무일농원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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