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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꿀벌 이야기

목공은 놀이다_121024, 수

신나는 놀이터가 마련되었다. 

정말 큰 맘 먹고 여러 전동 공구를 마련한 것이다. 


목공은 놀이이며 산수라고 했더니,

후배는 수학에 가깝다고 한다.

산수도 완성을 못했으니 수학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하다.



공구를 갑자기 마련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벌통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합판 두 장과 쫄대, 스티로폼 두 장을 잘라서

20여개 이상의 보온용 칸막이를 만들어야 한다.


정농께서는 톱과 망치와 못으로 만들면 되니까

쉬엄쉬엄 하시자고 하는데,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일을 재미있고 효율 높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한 번 만들면 5년 이상은 쓸 것이고,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벌통이 100통으로 늘어나면 앞으로 180장은 더 만들어야 한다.

그 때마다 전동 공구를 쓰게 되면 얼마나 효율이 좋겠는가?




마침 외사촌 동생네가 공구상을 하고 있어서

좋은 공구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20여년 오랜된 꿈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추석을 전후해 두 차례에 걸쳐서 주문한 공구들이 착착 도착했다.

지난 주말에는 에어 콤프레서와 공기총을 가지고,

흙먼지를 뒤집어 쓴 화물차와 카렌스의 내부를 말끔히 청소했다.

타카 두 대를 이용할 수 있는 콤프레서인데도

차 내부에 박혀 있는 흙 알갱이들을 불어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그래도 청소를 하고 났더니 개운하고 좋았는데,

주차를 위해 올라탔더니 신발에 묻은 흙 때문에 바닥은 다시 더럽혀졌다.

이래서 다들 시골 앞마당을 시멘트로 발라 버리는 모양이다.




읍내에 가서 합판과 스티로폼을 사다가 재단을 했다.

선을 긋고 직소를 이용해서 자르는데,

삐뚤빼둘 제 멋대로 잘라진다.


타카를 이용해서 직소를 일직선으로 밀 수 있는 유도 막대를 만들었다.

그것 하나 설치했을 뿐인데, 똑바로 잘 잘려 나간다.

이런 단순한 방법들을 알아야 제대로 된 목공을 할 수 있다.




스티로폼은 칼로 자르는데 이것도 깔끔하게 잘라지지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앞뒤로 두 번, 썰듯이 잘랐더니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나중에 정농께서 직소로 잘라 보았더닌 칼로 자른 것보다 더 깔금했다.

역시 공구를 사기를 잘했다.


이틀에 걸쳐서 22장의 보온 칸막이가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융을 붙여야 하는데,

금왕에서는 살 수 없어서 청계천으로 나가야 한다고 한다.



막상 전동공구들을 다루려니 겁이 났다. 조심 조심.

놀이도 3, 4시간 하고 났더니 노동이 되어서 허리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 결국 다치지 않게 적당한 순간에 작업을 중지해야 했다.


아주 작은 소품이고 제대로 멋지게 만들지 못했지만 재미있었다.

정농과 의논을 해서 기와집, 목조주택 등등 우리 집안 사돈의 팔촌까지 

순서대로 집을 지어나가면 재미있겠다. 




다음 단계로는 서서 일할 수 있는 작업대와 평상을 만들어 보고, 

그 다음에는 창고나 야외 식탁 등등으로 일을 벌여 나가 보자.

잘 되야 할텐데.


동네에 실력 있는 목수가 있으면 따라다니면서 일도 배우고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멋진 작품을 만들려면 기초를 잘 배워야 할 것같다.

게다가 이것저것 만들려면 나무도 많이 사야 한다.

그러니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벌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