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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꿀벌 이야기

겁내는 것이 아니라 조심하는 것_120810, 금

오늘로 여섯번째 설탕물 사양액을 공급해 준다.

달맞이꽃이 지천으로 피어서 날씨가 좋은 오늘 같은 날에는

벌들이 정신없이 꽃가루를 물어온다.

그러지만 꿀이 많은 꽃이 없어서 사양액을 주어야 굶어 죽지 않는다.


우리가 비록 벌의 꿀을 가져오지만,

우리는 벌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돌봐주고,

          말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 파리채를 들고 협공을 해 주고,

          가뭄이 들었을 때 소금기 살짝 머금은 물을 공급해 주고,

          이제 곧 추워지게 되면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준다.

벌들이 흡족해 할 지 알 수 없으나 완벽한 공생이다.


저녁 9시 반에 시작된 12통 벌의 사양액 주기는

벌옷까지 갖춰 입은 무일과

맨몸으로 일하시는 정농,

후방 공급을 맡은 심현의 삼위일체 작업이다.


7번째 통에서 살짝 들린 벌망 사이로 벌 두마리가 진격해 나오더니

정농과 무일에게 각 한 방씩을 선사하고 전사한다.

대화가 되지를 않으니 먹이를 주는데도 무조건 공격한다.




2열 1번 벌통은 개량 면포를 구입해서 덮어 주었는데,

벌망과 면포가 결합된 형태다. 

그러다 보니 면포만 제치고 일을 할 수 없고,

사양액을 주기 위해서는 벌통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


살짝 면포를 들췄더니 벌들이 동요한다.

다시 덮었다.


다시 들췄다.

벌들이 들고 일어나려고 붕붕 요란한 소리를 낸다.

출격을 앞둔 전폭기처럼.

다시 덮었다.


옆에 계시던 정농께서 한 말씀 하신다.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어떻게 벌 키우나?'


무일이야 벌옷까지 다 갖춰 입었으니 덜 위험한데,

정농은 지금 맨 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있는데 겁을 낸다구요?


꼭 틀린 말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겁은 조금이고 조심이 많은 것이다.


어쨋든 운동하랴 일하랴 힘들었던 팔에 약침 한 방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