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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운남성 자전거 여행에 동참을 결심하다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세상은 넓고 나이는 들어 가는데,

 자전거로 함께 여행할 

 한가하고 여유로운 벗이 없구나"


그러자마자 마치 기적과 같이 가입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세계 자전거 여행 동호회에 다음과 같은 공지가 떳다.



이 공지를 보고 하루를 고민했다.

고3 아들을 둔 애비가 되어 이런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농사가 한창 바쁜 4, 5월에 여행 준비와 연습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딱 하루를 고민했다.


아들의 대학 입시는 미리 의논해서 준비하고,

원서 쓰기는 돌아와서 하면 된다.

시험공부하면서 외롭고 힘들때 가까이서 격려는 못하겠지만,

멀리서 문자와 인터넷으로 적극 대화하게 되면,

오히려 중국이라는 먼 곳에서의 격려와 지원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 스스로 합리화해 본다.

게다가 어른이 되면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농사는 조금 부지런을 떨면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일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여름의 일은 부모님께 맡겨야 한다.

지난 해 추수 기간 동안에 농법에 관한 부모님과의 삼자협상은

의외로 난관이 많았다.

올해는 내 방식을 완전히 포기하고 두 분의 방식대로

순전히 일을 지원하는 머슴의 입장으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는 것이 두 분에게는 오히려 즐거운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미는 사람들과의 화합을 제일 큰 걱정으로 꼽았다.

45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항상 의기투합하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항상 양보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양보하게 되었을 때,

기분좋게 양보하고 힘든 여행을 잘 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고민인데,

전혀 모르는 분들과의 여행이라 서로 예의를 갖춘다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보지만

매일 매일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들이 때로는 큰 문제를 일으켜서

감정의 앙금이 생기게 된다면 상황이 매우 어려워 질 것임에 틀림없다.


일단 무일이 자전거 세계 여행의 초보이니

이번 여행은 완전히 배운다는 입장에서 모든 것을 양보하고

수용해 나갈 생각이다.


여행이 보다 즐거워지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영어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는데,

영어는 요즘 초등학생 수준이고,

중국어는 완전 불능상태이다.


체력 훈련과 함께 가장 노력을 많이 기울여 준비해야 할 것이

아주 최소한의 의사 소통을 위한 어학 공부다.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준비하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의 자유도 충분하니 반드시 100 문장을 외워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직 여행 준비팀들과 만나지를 못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른다.

일단 그 지역을 도보로 여행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과

선배 자전거 여행자들의 여행기록을 참고하면서

나름대로의 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마음 속으로 바라기로는

이번 자전거 여행을 잘 정리해 내어

자전거 차마 고도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하고도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맛깔나는 글을 써야 하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의 기록을 위해 글을 쓰다보니

문체는 방만하고 설명은 건너뛰기가 일상이다.

그 부분도 몇 번이고 퇴고를 거듭하여

좋은 글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사진도 문제다.

원래 풍경 사진 보다는 좋은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는 것을 즐겨했는데,

여행기까지 염두에 둔다면 풍경을 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두 가지 촬영기술을 새롭게 배워 보아야겠다.


먼저 국내 여행을 하면서

차분하게 사진을 찍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도록 해야겠다.

자전거에 올라타면 그 속도의 쾌감 때문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페달을 멈추기가 어렵다.

달리려는 욕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기록의 달성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의 즐거움을 기록하여

알찬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밖에도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행을 준비하면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할 계획이다.

이 여행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아직도 모른다.

여행 목적지도 바뀔 수가 있다.

어떤 것에도 좌절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