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서재

[ 즐거운 어른_이옥선_이야기장수_초판 5쇄 ] 바보들이나 유언을 한다_251221

어제 오후부터 시작해서 열흘 동안 거의 1톤 가까운 책을 버렸다. 서재 한구석에 조용히 쌓여있으면서도 뭔가를 채워주던 것들이었는데, 집수리를 위해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로 다시 읽을 것들을 골라서 남겨두었다. 남겨둔 것들도 언제 다시 읽을지는 알수 없다. 읽지않고 버리기로 한 책이 눈에 띄면 돈이 아까워 괴롭기도 하지만, 즐겁지는 않지만 시원하다.

 

74살의 이옥선이 느끼는 홀가분함은 뭘까?

 

1) 여자들이 지켜왔던 제사를 여자들이 버림으로써 사라졌다. 기독교가 버리라고해서 버렸으면, 끝까지 즐겁게 제사를 지냈을텐데, 여자들이 버리자고 하니, 버리자고 고끄한다.

 

2) 여자의 몸은, 여자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몸도 사랑할 것이다.

 

3) 유언장은 미리 쓰고 자꾸 고쳐 쓰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몇년 하다가 그만두었다. 유언장을 쓰고 나니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쓸것이 많았다. 그와는 달리, 재산과 할말이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유언장에 써야할 말들을, 이미 주변에 다 하고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재산도 자꾸 쓰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다시 쓰도록 하고, 짝수년마다 고쳐써야겠다.

 

4)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한다. 목욕탕을 가든 책을 읽든. 음악을 하든 미술을 하든. 하여튼 뭔가를 한다는 것은 여자들의 부지런함이다. 뭔가를 또 해야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중략)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한 바보들이나 유언을 하는거지 - 마르크스" (73쪽)

 

경제는 삶의 고갱이다. 삶을 이어갈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에게 힘이 있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야만의 시대에 여자들은 정말로 놀고 먹었을까? 아니다. 그러므로 삶을 이어주는 힘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모든 사룸이 평등하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계몽되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남녀평등이 자리잡았다. 그렇지못한 나라들 = 남녀평등을 모르는 나라들은 경제도 밑바닥이고 야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좀 벗어나고 있다.

 

noir는 불어로 검은, 어두운 이라는 뜻이다. 같은 뜻의 라틴어 niger를 어원으로 한다. 나이지리아는 검은강이 흐르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런 말에는 고끄할수밖에 없다. 사랑과 의리가 적지않지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문제를 남녀의 다름으로 보는데는 고끄하기 어렵다. 사람 나름이다. 여자들의 그렇고그런 수다이니 마음에 두지는 말자.

 

"아직 젊은데도 요양병원에 가서 투병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있으면 아픈 몸으로 또 가사를 돌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여기 모여 있는 여자들끼리 이야기해보면 남편이 아내가 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엔 대단히 놀라고 걱정도 많이 하고 관심을 가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도 무심하고 섭섭하게 군다.

 

생각할수록 서운하고 힘들어져서 그동안 살면서 서운했던 감정까지 다 합쳐지기 때문에 다시는 같이 살고 싶지가 않아서 이혼하자고 의사를 밝힌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합의이혼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이런 인정머리 없고 의리 없는 남자라니. 사람마다 경우는 다다르겠지만 말이다."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