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반이 넘어서 잠을 잤는데도, 7시 반에 눈이 떠졌다. 어슴프레 해가 뜬다. 어제밤에 보지 못했던 정원의 레몬트리와 목련, 동백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잔듸가 좌악 깔려있고, 가운데에는 작동하지 않는 분수도 있다. 작은 방이지만, 넓은 정원을 품고 있어서 시원하다. 이런 작지만 큰집에서 살고 싶다. 아, 정수무일재가 그렇다. 이미 이루었다.
샤워를 하고, 오늘은 기필코 책을 읽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한다. 팔굽혀펴기도 11개 했다. 하루 50개부터 늘려나가자. 숙소가 여유로워지니 별 생각이 다 든다. 1박에 8만원이고, 5박을 예약했다. 잘했다. 숙소는 제법 오래된 아파트지만, 내관과 외관이 모두 깨끗해서 새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대신에 여기저기 손볼 곳이 보여서 전부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수리를 하러 오겠단다. 고마운 일이다.
11시까지 푹 쉬다가 집앞에 있는 수정궁 공원으로 갔다. 이런 곳과 가까이에 숙소를 얻은지도 몰랐다. 가격과 평점, 세탁기가 있으며, 깨끗해 보이는 무료주차가 가능한 숙소.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고, 공작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찍었는데, 여기도 공작, 저기도 공작, 위에도 공작, 아래도 공작. 온통 공작으로 뒤덮인 공원이다. 게다가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닌다.
수탉들이 싸움을 한다.
보이기에는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데, 서로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않는 발톱질만을 하고 있다.
제발, 겁먹고 도망가라, 너.
건희석렬이는 겁이 없다.
그래서 흉기를 쓴다.
그 흉기가 스스로를 찌를 것이다.
무료 전시회가 있어서 갤러리에 들어갔다.
세상에 온갖 복잡한 선들을 우리가 만들었다.
자연이 변해서 만들어진 그 선들을 우리는 사랑해야할까?
한울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성생명체들 -
그들을 상상해본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다를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것일까?
나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는 사람.
그럴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나를 떠나서 생각하고 껴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20분을 걸어서 커다라 슈퍼마켓에서 앙골라에서 온 가족들을 만났다.
아버지는 한국에 두번이나 왔었다고 한다. 반가웠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불과 6,600보를 걸었는데도 온몸이 아프다. 피곤한 모양이다. 쉬자.
푹 쉬다가 오후 4시가 넘어서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구시가지 한복판에 몰려 있었다. 시청앞에는 커다란 무대를 설치하고 교향악 공연과 파두공연을 한다. 연말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참 복많은 나라다. 우리는 영하 10도가 넘는 차가운 날씨에 건희석렬을 끌어내리느라 언몸을 녹이며 춤을 추고 있는데, 이 나라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문화를 즐기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더 재미있는 나라다. 다만, 누군가 다칠까봐 걱정은 된다.
골목마다 화려한 조명이 빛나고, 사람들은 차분하고 신난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치장되었다는 맥도널드에는 앉을 자리도 없다.
해리포터의 서점에는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늘어서 있다.
상 벤투역에는 연말기념 증기기관차를 운영하는 모양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구경을 나와서 기관실을 직접 구경했다.